[독자의 눈] 사라지는 혼정신성
혼정신성(昏定晨省). 부모에게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드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70년대 이전에는 농경 중심 사회였기에 부모와 함께 여러 명의 형제 자매들이 대 가족을 이루고 살아왔다. 의식주가 풍족스럽지 못했던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효심, 그리고 형제 자매 간의 우애가 돈독했다. 아침 저녁으로 부모가 기거하는 방이 춥지는 않은지 방 아랫목을 손 바닥으로 온기를 측정하며 부모의 건강을 살피는 것이 자식된 도리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식들이 부모 곁을 떠나 도시로 모이면서 농촌은 핵가족화가 진행됐다. 농촌에 사는 부모들은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힘들여 지은 곡식을 전해주는 재미로, 무더위도 잊고 열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이 가끔 고향 농촌에 올 때마다 차 트렁크에 각종 농작물을 넣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 들어 부모에게 용돈 봉투를 주는 것만으로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자녀들이 많아져 몹시 씁쓸한 심정이다. 떨어져 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자 간의 관계가 서먹서먹해 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손주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시에 사는 아들, 딸이 손주를 데리고 와서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단 하루라도 같이 잠을 자는 훈훈한 가족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부모에게 내미는 돈 봉투보다 몇 갑절 훈훈한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 전국 방방곡곡에 계신 젊은 아들, 딸들이여! 부모에게 혼정신성 하는 마음으로 효도 합시다. 강신호·부산 북구 만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