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자금 40조 원 관리… 수수료만 4000억 원 챙긴 일당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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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시작 2년도 안 돼 검거… 총책 등 3명 구속
36개 지부에 역할 나누고 사무실 옮기며 단속 피해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불법 도박사이트의 도박 자금 40조 원을 관리·세탁해 주고 수수료 4000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이들은 전국을 무대로 조직망을 갖추고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1시간마다 대포통장을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단속을 교묘하게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도박개장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총책 A(20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공범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또 돈을 받고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쓰도록 한 77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 4개월가량 대포통장을 이용해 64개 불법 도박사이트로부터 입금된 자금을 관리·세탁해 주고 1%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고 세탁해 준 자금 규모는 40조 원에 달하며, 수수료로 챙긴 금액도 4000억 원 정도이다.

이들은 상당히 조직이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움직여 단속을 피해 왔다. A 씨 등은 전국에 36개 지부를 갖추고 대포통장 수집책, 도박사이트 연락책 등 역할을 나눠 1∼2개월마다 지부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1시간마다 도박사이트 자금이 입금되는 대포통장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원들은 추적이 쉽지 않는 SNS 메시지를 이용해 서로 연락했고, 행동강령과 지침까지 만들어 숙지하도록 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간 A 씨 등을 뒤쫓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잡고 보니 200만 원을 받고 본인 은행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넘긴 77명은 대부분 돈이 필요했던 20대들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만 425개에 달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가상계좌 등을 활용해 100개 이상의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은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A 씨 등의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범죄 수익 중 8억 3000만 원에 대해 몰수 결정을 받았고 나머지 수익 환수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수사를 받은 뒤 상당수 자산을 처분하고 은닉한 상태다. 이들은 범죄 수익 가운데 300억 원가량을 가상자산(코인)에 투자했으며, 람보르기니 등 고급 자동차와 해운대 엘시티 주택을 구입했다. 또 카페 등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암호를 해제하지 못해 개인 전자지갑에 든 300억 원어치 코인을 몰수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도박자금 세탁을 의뢰한 도박사이트와 도박행위자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라며 “이들이 숨겨놓은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하여 몰수하겠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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