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위기의 시대, 소설로 만나는 연결과 연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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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김숨 외

공존하는 소설 공존하는 소설

김숨의 단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주인공인 그는 일흔이 코앞인 아내한테 삿대질까지 해 가면서 핏대를 올릴 정도로 권위적인 남성이다. 그가 아내에게 보냈던 혐오의 눈빛은 아내가 데려온 개에게도 거리낌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집 밖으로 나오면 폐지나 주워 근근 먹고사는 경제적 약자가 된다. 그는 저소득층인 동시에 아내를 잃은 독거노인 신세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로서의 정체성이 겹쳐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더 우울한 점은 2020년에 태어난 영아가 노인이 되는 2085년에도 노인 10명 중 3명꼴로 ‘빈곤’ 상태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가난한 노인’이라는 화두는 세대를 특정할 수 없는 모두의 문제가 된다.

<공존하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단편 소설 8편을 엮은 책이다. 소설집에는 안보윤, 서유미, 서고운, 최은영, 김숨, 김지연, 조남주, 김미월 작가가 그려 낸 아동,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3년 간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드러냈다.

책은 우리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우리 모두에게 서로가 필요하는 사실임을 전한다. 위기의 시대에 연결과 연대의 소중함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좋은 사회가 되어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고, 그 방법은 결국 공존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배타적인 공동체가 아닌 환대하고 함께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인식을 촉구한다. 김숨 외 지음/창비/272쪽/1만 7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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