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성파 종정 소년시절 한시 묶은 ‘온계시초’ 출간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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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
192수 우리말 옮겨

1985년 성파 스님. 도서출판통도 제공 1985년 성파 스님. 도서출판통도 제공

조봉주라는 19세 옛 소년의 한시 192수를 묶은 <온계시초>(도서출판 통도)라는 책이 나왔다. 1939년 경남 합천군 야로면 창동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옆 마을 서당에 3년 다닌 재동(才童)이었다고 한다. 합천의 봄가을 시회에 시재를 드러내 원로 유학자들의 눈에 꽤 들었다. 조봉주는 19세로 접어든 1958년 2월, 16~18세 때 지은 한시 200여 수를 공책에 펜으로 정서해 그 표지에 ‘온계 조봉주 시초’라는 그럴듯한 제목도 달았다. ‘온계(溫溪)’는 ‘따뜻한 시내’라는 뜻이다.

<온계시초>. 도서출판통도 제공 <온계시초>. 도서출판통도 제공

1960년 조봉주는 통도사에 출가해 새 법명을 받았다. 지난해 대한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으로 취임한 성파 스님이 그 소년이다. 그러니까 <온계시초>는 성파 종정이 출가 이전인 16~18세 때 지은 한시 192수를 묶은 책이다. 성파 종정 예술적 면모의 소싯적 기록인 초고 시집이 65년 기억의 빗장을 열고 활자 빛을 얻으니 그 또한 짐작되는 세상일이다.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가 칠언시(169수), 오언시(22수)를 우리말로 옮겼다. 성파 종정은 서당 ‘강성재’에서 본명을 알 수 없는 한정산 훈장에게서 “글은 글로 머물러선 안 되고, 글과 나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전인공부를 했다고 한다.

‘조봉주 온계시초’라 이름 붙여 정서한 한시들. 도서출판통도 제공 ‘조봉주 온계시초’라 이름 붙여 정서한 한시들. 도서출판통도 제공
‘조봉주 온계시초’ 공책 표지. ‘조봉주 온계시초’ ‘조봉주 온계시초’ 공책 표지. ‘조봉주 온계시초’

‘주역을 읽는 깊숙한 창에 촛불 하나가 붉네’. 성파 스님은 4서3경을 서당에서 배웠는데 <주역>은 독학했다고 한다. 그는 “질박한 시구를 읽다가 혹 마음속 현묘한 거울이라도 발견한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이라고 했다.

2023년 성파 종정이 붓글씨를 쓰는 모습. 도서출판통도 제공 2023년 성파 종정이 붓글씨를 쓰는 모습. 도서출판통도 제공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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