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소방본부 30년 퇴직 후 창업
가수로 데뷔, 요양원 등 재능 기부
“절대 안주해선 안 되는 것이 인생”

“인생은 절대 안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한 발짝씩이라도 내디뎌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사람이 하루하루 성장할 때 삶에도 활력과 생기가 붙습니다. 그게 사는 거죠. 그래서 한시라도 안주할 틈이 없습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소방시설 관리업체이자 전문소방시설업체인 (주)참조은이엔지를 경영하고 있는 강낙관 대표이사는 자신의 인생 신조를 이렇게 밝혔다.

76세인 강 대표는 젊은 시절 30년을 부산시소방본부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57세 때인 2005년 정년퇴직을 한 후 이 회사를 창업했다. 최근엔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가수 ‘강운해’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재부산진주향우회 회장을 5년째 맡아 고향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강 대표는 “퇴직 후 7명의 직원을 데리고 창업했는데, 현재는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빌딩과 공장의 소방 시설 점검, 안전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활동을 합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매출이 1위이며 지난해 전국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 선도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창원 LG 1공장, 부산 CJ 제일제당 등을 비롯해 1000여 곳의 소방시설을 우리 업체가 관리하고 있죠.”

그는 소방 인허가 시설 민원 업무만 25년간 담당할 정도로 소방법의 전문가이다.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설비기사와 위험물 취급기능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소방시설 관리업체를 창업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자랑 같지만, 한때는 늘 별명이 ‘걸어 다니는 소방법’으로 칭찬이 자자했다. 소방법은 민원인들이 모르는 법 조항이 많아 고충을 많이 겪는다”며 “퇴직 후 남은 인생,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소방법에 관계되는 소방시설관리업과 소방시설 공사업을 기업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과 서류가 가득한 강 대표의 사무실에는 그가 꼭 지키고 싶어하는 인생 목표가 적힌 글귀가 빼곡했다. ‘굽어지기 쉬운 쑥대도 삼밭 속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아진다’는 뜻의 ‘봉생마중 불부직’(蓬生痲中 不扶直)이란 글귀도 보였다. 그는 이 글귀를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노력하여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강 대표는 또 다른 인생 2막으로 뒤늦게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의 요양원이나 각종 노래교실 등에서 재능기부 활동도 한다. 지난 1월에는 KBS TV 간판 프로그램인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5년 전에도 방송에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그 프로그램에 나갔던 1500여 명 중 몇 사람을 뽑아 한 번 더 출연시킨 것이다.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사례를 방송해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노래 대회에 나가 입상한 후 가수가 되는 게 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흔이 넘어서야 목표를 실현하게 됐네요.”

강 대표는 현재 부산시소방재난본부 홍보대사, 전국소방시설협회와 소방산업공제회 비상임이사, 삼일동지회 부산시지부장 등도 맡고 있다. 한국소방안전원 비상임감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 소방시설관리협회 중앙회 부산회장을 역임한 그는 희망이음(포도학사), 장산노인복지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적십자사 등 사회복지단체에서 활발한 후원과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직장을 다니며 야간 대학 생활을 할 정도로 어려운 청춘을 보냈지만 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남을 대해왔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 역시 가진 것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