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외국인 유학생이 지역에 정주하려면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지역 소멸 상황에서 충분한 대안
주거 해결 등 필수 여건 조성 중요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야
최근 정부가 현재 17만 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려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지역에 정주하게 함으로써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과 지역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여론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외국인 유학생에게 쓸 돈이 있으면 한국인 학생한테 쓰라”라는 말부터 특정 종교, 특정 국적의 유학생은 받으면 안 된다는 혐오 표현까지 부정적인 의견이 넘쳐난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해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 대학은 학령 인구가 감소하여 20년 안에 절반 이상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예측되며,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문제로 수도권 외 지역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지역에 정주하게 하는 방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하나의 대안이다. 반지성적 감정으로 무작정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들이 지역 사회에 정주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큰 방향에서 옳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세부 각론에 있어 미흡하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지점이 있으므로, 정책 실행의 주체인 대학과 지자체는 보다 정치하게 정책을 보완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 입학 조건 중 하나인 한국어 성적을 공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점수 대신 수업 이수 증명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실질적 입학 기준을 완화한다고 한다.
기존 기준에도 대학 수업을 이수하기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7.9%가 중도 탈락하고, 중도 탈락이 불법체류로 이어지는 실정이므로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한국어 교육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학에서는 자유 선택 교양 학점으로 한국어 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수준별 수업이 불가능하고 과목 간 연계성과 교육 시간이 부족하여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입학 후 1~2년 동안 학문 목적의 한국어 집중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이를 졸업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학사 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학업 수행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전공과목을 이수할 때 외국인 유학생들은 ‘프리 라이더(무임승차자)’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성공적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취업 연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특히 이공계 학과 유학생을 주조, 금형 등의 뿌리산업, 제조업,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양성한다고 한다. 즉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하여 한국인의 취업 수요가 적은 1, 2차 산업 분야에 외국인 유학생을 취업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지역 대학에서 양성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를 이른바 3D 업종으로만 한정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므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수요도 함께 조사하여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예로 외국인 유학생의 66.7%가 인문·사회계열이므로 지역의 관광 및 무역 관련 산업체에 외국인 유학생 취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교육, 취업에서 나아가 지역 정주를 위한 정책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지역에 정주하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가 필수적으로 해결돼야 하므로 인구 감소가 심각하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거주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을 임대해 주는 정책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외 결혼, 출산, 보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생애 주기별 복지 정책을 마련한다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하여 정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노동력 대체 수단, 등록금 보충 수단, 돈벌이 수단 등 목적을 위한 모종의 수단으로 취급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포용할 때 진정한 글로컬 시대가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