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바이오 항공유
인류가 개발한 운송 수단 가운데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것은 비행기다. 덩치가 큰 데다 하늘 높이 날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연료가 많이 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1km를 움직이는 승객 1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비행기는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 그래서 나온 말이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이다. 비행기 타는 걸 부끄러워하라는 뜻이다. 스웨덴의 ‘플뤼그스캄(flygscam)’에서 비롯된 것인데 일종의 ‘이산화탄소 감소 운동’이라 보면 된다. 스웨덴은 지난해 국민의 23%가 항공 여행을 줄였다고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아예 항공기 운항 자체에 환경적 요소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의 개발이 그것이다. SAF는 석유 대신 폐식용유나 생활 폐기물 같은 쓰레기에서 추출한 대체 연료를 가리킨다. 화석 연료인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 줄이는 장점이 있다. SAF의 역사는 짧지만 확산 속도는 가파르다. 민간 항공기에 대체 연료가 처음으로 사용된 게 2008년, 공항에 SAF가 정기 공급되기 시작한 게 2015년이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SAF 공급량은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서 덩달아 각국의 SAF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응은 발 빠르다. 미국은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에 대한 ‘바이오 연료 혼합 의무제’를 운영 중이다. SAF 생산 업체엔 세제 혜택도 준다. 프랑스는 작년부터 항공유에 SAF 1% 섞는 걸 의무화했다. EU는 2025년 SAF 2% 혼합 급유를 적용해 2050년까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도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한다.
이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생산 기반도 없고 법적인 토대도 없다. 그런 와중에 SAF를 급유한 국내 비행기가 5일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의 대한항공 화물기가 핀란드산 SAF를 도입해 3개월간 총 여섯 차례 시범 운항한다고 한다. SAF 사용은 세계적, 시대적 흐름이다. 국가 정책이 항공기의 화석연료 사용을 제재하고 소비자들이 친환경 항공사를 선택하는 변화의 일대 바람이 불 것이다. 우리도 친환경 항공유의 상용화에 대비한 투자·생산 환경 구축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