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금알못' 탈출기] 퇴직연금 안전·실속 잡자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 기자
물리학과 함께 생명공학의 발달로 현대문명은 ‘100세 시대’를 넘어 이제는 ‘12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정 최소보장 정년은 2016년부터 60살로 고정돼 있고, 실제 평균 퇴직 연령은 50대 초반에 불과하다. 개인 수명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기대수명만 보면 적게는 40년, 많게는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퇴직 이후의 삶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 2막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노후 생활의 토대가 될 퇴직연금은 여전히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중 초저위험 상품에 전체 적립금 85% 수준인 9393억 원이 몰렸다. 저위험은 806억 원, 중위험은 488억 원, 고위험은 332억 원 등이다. 가입자도 초저위험 상품이 17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위험 9만 명, 중위험 8만 명, 고위험 6만 명 등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서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당초 취지인 퇴직연금 수익률 상승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극단적인 안전성만 추구하는 초저위험 상품 중에서도 수익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를 살펴보면 현재 원리금 보장 상품은 총 526개로 금리는 최저 2.15%에서부터 4.90%까지 다양하다. 똑같이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상품이지만 이처럼 금리차가 최대 2.75%포인트(P) 차이를 보이고 있다. 2%대의 차이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20~30년 장기간 복리의 마법이 더해지면 최소 수 백만원이 더 쌓인다. 가입한 상품의 금리와 다른 상품들을 비교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입자의 연령과 투자 기간을 고려한 ‘100-나이 법칙’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30대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100세에서 30세를 뺀 70%는 수익형 자산에, 30%는 안전형 자산에 적절히 배분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목표 수익률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퇴직 후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3.4% 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입자의 관심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서 1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은 사람은 대상자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3%는 “디폴트옵션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늘도 격무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겠지만 ‘지금의 땀’을 ‘미래의 눈물’과 바꾸는 과를 범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