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세 등에 업은 독일 극우, 반이민·반정부 목소리 키워
극우정당 AfD, 동독지역서 인기
나치 반성에 약해졌다 최근 부상
EU 탈퇴·푸틴 옹호·이민자 거부
급진화 양상 적대·폭력행위 우려
독일에서 주류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친러시아·반이민을 앞세운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런 우경화 움직임은 한때 나치라는 과거사에 대한 반동으로 억눌려 있던 우익 포퓰리즘이 독일에서도 부상했음을 보여주며, 특히 동독 공산주의 시절을 겪었던 동부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4일 동부 작센주의 폴란드 접경 도시인 괴를리츠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폴란드와의 국경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최근 2년간 매주 월요일이면 이 같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배후에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있다.
이들은 기성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이민자 유입과 인플레이션 탓에 자신들의 연금이 압박받는다고 분노한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당하게 욕을 먹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AfD 지지자들은 AfD가 이민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현안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십 년간 집권해온 주류 중도 정당들은 이에 실패하거나 해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AfD가 성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자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AfD 지지율이 21%까지 뛰어올라 집권 연정을 구성하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을 앞질렀으며,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민당)에도 불과 4%포인트만 뒤쳐졌다.
2013년 반유럽연합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된 AfD는 2017년 총선에서 반난민과 반이슬람을 내세워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당선됐고 현재는 연방하원 전체 736석 중 78석(11%)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이 연방정부 구성 때 AfD와 손잡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AfD의 집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음 총선에서 독일 정부의 통치에 난관을 줄 정도는 될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연정은 지난 총선에서 전후 사상 첫 3당 연정을 구성한 후 각 정당 간의 견해차와 갈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내려앉은 상황이다.
유럽 다른 지역의 극우 포퓰리즘 신생 정당들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 좀 더 온건화한 것과 달리, AfD는 계속 급진화하는 양상이다. AfD가 독일 법원이나 언론 매체의 정당성을 공격하는가 하면 일부 지도자가 극단적인 네오나치 단체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을 둘러싸고 민주 질서를 해치는 적대행위나 폭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2020년에는 독일 안보당국이 AfD 내 일부 하위 단체 회원들을 감시하고 나섰다. 지난해 음모론 집단 ‘큐어넌’ 등의 영향을 받아 독일 정부를 전복하려 모의한 혐의로 체포된 25명 가운데 AfD 출신 전직 의원이 포함된 일도 있었다.
이민자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2015년 괴를리츠에 정착한 사키나 모하메디(38) 씨는 현지 주민들이 전반적으로 자신을 잘 대해주지만, 시위자들이 자신의 히잡을 조롱하고 “난민은 떠나라”고 말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fD나 지지자들은 주류 사회나 언론에 의해 자신들이 부당하게 그려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AfD 소속 마르티나 요스트 작센주의원은 고령화 국가인 독일에 어느 정도 이민은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이주민이 사회 시스템을 압박하며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