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또 오르나…정부 "신중검토", 전문가 "인상 불가피"(종합)
이달 중순께 4분기 요금 인상여부 검토…총리 추가인상 가능성 시사
‘에너지가격·환율 고공행진’·내년 총선 변수…'한전 자구노력' 관심
총부채 200조 원을 넘긴 한국전력(한전)의 재무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이 오는 15일까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보고하면, 이를 토대로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한 종합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아직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달러와 유가의 동반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으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커져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전의 부채 문제와 관련,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기요금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4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의 수익 구조, 재무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함에 따라 한전이 또다시 손해 보고 전기를 파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즉, 전기를 팔수록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전력 구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로 악화한 한전의 수익 구조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 8000억 원을 기록하고 2027년에는 226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지난해 2조 8185억 원에서 올해 4조 4000억 원, 2027년 5조 1000억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 원 수준으로, 매일 131억 원씩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당초 정부는 장기적인 한전 누적적자 해소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누적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추가 전기요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전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비용 절감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전기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47조원대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 차원에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등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고질적인 포퓰리즘이 전기요금 구조 왜곡과 한전의 재무 구조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돼 왔다는 지적도 많다. 전기요금을 독립적인 기구가 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제값 내고 전기를 써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을 어떤 식으로 인상하겠다는 원칙을 못 박을 필요가 있다"며 "현재 법적 근거도 없이 정치권이 전기요금 결정에 개입하는데, 이는 정치권 스스로 부담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