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우승한 조코비치, 세계 랭킹 1위에 복귀
2년 전 패배 안긴 메드베데프에 완벽 설욕
남자 선수 최초 ‘메이저 24승’ 전설로 등극
메드베데프 “은퇴 안 하냐?” 농담으로 축하
“일고여덟 살 때 단지 윔블던 우승을 꿈꿨던 제가 여기서 24번의 메이저 우승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남자 단식 선수 최초로 24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는 어릴 적 꿈을 얘기하며 감격스러운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코비치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3번 시드의 다닐 메드베데프(27·3위)를 3-0(6-3 7-6(5) 6-3)으로 꺾고 2018년 이후 5년 만에 타이틀을 탈환했다.
우승 상금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거머쥔 조코비치는 이번 주 업데이트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남자 단식 랭킹 1위에도 복귀한다.
2년 전인 2021년 US오픈 결승전에서 메드베데프에게 당했던 패배도 깨끗이 되갚다. 그해 조코비치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연달아 제패하며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래머 등극에 단 한 경기만을 남겨 두고 있었지만 메드베데프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남자 선수 중 단연 최다인 조코비치의 24회 메이저 단식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도 은퇴한 호주 테니스 스타 마거릿 코트와 함께 단 둘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조코비치는 이날 1세트 초반부터 메드베데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6-3으로 첫 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착실히 지킨 2세트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희비가 갈렸다.
게임 스코어 6-6 타이 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 초반 열세를 딛고 7-5로 승리하며 메드베데프의 기를 확실히 꺾었다. 조코비치는 큰 위기 없이 3세트마저 6-3으로 가져오며 3시간 17분에 걸친 랠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조코비치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네트 플레이였다. 서브 에이스 개수나 첫 서브 성공률 등에서 약간씩 밀린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위기 때마다 적극적인 서브앤드발리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조코비치는 이날 시상식에서 ‘24’와 ‘맘바 포에버(Mamba Forever)’가 새겨진 상의를 입었다. ‘맘바’는 2020년 헬기 사고로 숨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애칭이고, 24는 그의 등번호다. 조코비치는 “코비는 내가 부상으로 힘들 때 내게 많은 조언을 해줬고, 내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고마움을 전하며 애도했다.
준우승자 메드베데프는 “여기서 (은퇴하지 않고)뭐하고 있는 것이냐"라는 농담으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 조코비치를 추켜세웠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