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남자의 힘? 성기능 vs 생식기능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남자에 좋다는 건강기능 식품이나 영양제의 광고에 항상 등장하는 필수 단어를 꼽자면 ‘정력’ ‘지구력’ ‘남성의 자존심’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정확히 ‘남자의 힘’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물론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능력·근력·심폐기능 등도 포함이 되겠지만, 필자가 연구하는 남성의학으로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 보자면 ‘성기능’과 ‘생식기능’일 것이다.
그러나 ‘성기능’과 ‘생식기능’은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성기능은 성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고 생식기능은 정자를 생산하여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물론 임신을 위해서는 성관계가 필수적이고, 성공적인 성관계를 위해서는 성기능이 있어야 한다.
남성의 신체에서 성기능과 생식기능에 공통으로 가장 중요한 장기는 ‘고환’ 이다. 고환에서는 성기능에 필수적인 남성호르몬을 생산하고, 또한 생식기능에 필수적인 정자를 생산한다. 하지만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위치와 정자를 생산하는 구역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이 두 가지 영역의 특징과 외부 충격이나 위험요소에 대한 방어 능력도 다르다.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것은 고환 내의 간질에 있는 라이디히세포이다. 반면 정자는 고환의 실질에서 만들어진다. 고환 실질에 있는 아주 가느다란 정세관 안의 정조세포로부터 분화되어 정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조세포는 정자가 만들어지는 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정조세포가 외부 위험 요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 그리고 방사선 치료에 노출되면 정조세포가 쉽게 파괴되어 무정자증이 생겨서 불임이 발생한다. 또한 정계정맥류, 환경오염, 전자파에도 영향을 받는다.
반면, 고환 내의 간질에 위치한 라이디히세포는 생존 능력이 뛰어나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아도 쉽게 파괴되지 않아 남성호르몬 생산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 라이디히세포는 노화가 진행되면 기능이 감소하여 남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남성 갱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자의 생산 능력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으므로, 해외 토픽에서 70~80대 유명 남성 배우의 늦둥이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미혼 남성이나, 향후 아기를 가지기 원하는 젊은 기혼 남성 중에 불행히도 암에 걸려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사전에 정자를 미리 정자은행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받는다 하여도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른 성기능 감소는 암 치료로 인한 전신 쇠약에 의한 것으로, 고환 자체의 기능은 관련이 없다. 암 치료 과정에서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므로 완치 후에는 평소처럼 성생활을 누려도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