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간 절제술 병행, 암 생존율 높인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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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간 전이 치료 ‘알프스 수술법’

대장암 환자 50% 이상 간 전이, 4기에 해당
항암만으론 2~3년, 절제술 병행 땐 60% 생존
창원한마음병원 주종우 교수, 국내 최초 시도
잔존 간 30% 이하일 때도 두 번 걸쳐 수술
14개 간 전이 환자도 수술 후 건강 회복해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환자가 간 절제술과 항암 치료를 함께 받으면 항암 치료만 하는 것보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주종우 외과 교수가 간 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창원한마음병원 제공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환자가 간 절제술과 항암 치료를 함께 받으면 항암 치료만 하는 것보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주종우 외과 교수가 간 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창원한마음병원 주종우 외과 교수는 간암과 간 이식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특히 대장암의 간 전이 치료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최초로 일명 알프스(ALPPS) 수술이라 불리는 부분 간 절제술을 시행한 의사다. 대장암 4기 다발성 간 전이로 수도권 메이저병원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들도 이 수술법을 적극 활용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대장암이나 직장암 환자의 50% 이상에서 간 전이가 발생한다. 대장의 정맥혈류가 간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암세포가 간으로 쉽게 전이된다. 대장암이나 직장암에서 간 전이가 일어나면 암 기수로 4기이다. 이 경우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을 넘기지 못하며, 항암치료만 받으면 보통 2~3년 생존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간 절제술과 항암치료를 시도하면 완치도 가능하고 평균 60% 정도 장기 생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간 전이 병변이 4개 이하이고 크기가 5cm 이하인 경우, 그리고 양쪽 간에 병변이 존재하지 않으면 수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이 병변의 수, 크기, 위치와 상관없이 전체 간 중에서 절제 후에 30% 이상만 남길 수 있으면 수술을 시도한다.


‘알프스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는 주종우 교수.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알프스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는 주종우 교수.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특히 전체 간의 30% 이하로 남게 되는 경우에도 두 번에 걸쳐서 수술을 나누어서 진행하면 모든 간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알프스 수술이라 불리는 이 수술은 암을 부분적으로 절제한 후 2주 동안 남아 있는 간을 충분히 키운 뒤 2차 수술에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암을 잘라내는 고난도 기술이다. 재생이 잘되는 간의 특성을 활용한 수술법이다.

주종우 교수는 “그동안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에서 적극적으로 수술한 환자들과 기존대로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을 비교해 보니 3년 생존율이 77%와 14%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항암치료만 받았다면 오래 못 버텼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알프스 수술을 거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간 전이가 일어나서 4기로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알프스 수술법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율을 충분히 올릴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4개 간 전이가 있던 환자가 알프스 수술로 암 조직을 제거한 후 7개가 재발했지만 다시 부분제거술로 총 21개의 전이 병변을 없앤 사례도 있다. 이 환자는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낸다. 유방암, 췌장암도 간으로 잘 전이가 된다.

대장암 간 전이 환자들이 자주 묻는 수술방법과 치료 예후, 항암 부작용 등을 주종우 교수로부터 들어 봤다.

-모든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가 항암치료와 간절제수술을 받으면 60%정도 장기 생존이 가능한가.

“대장암의 간 전이 진행 정도에 따라서 생존율이 달라진다. 간 전이 병변이 3개 이하인 경우에 5년 생존율은 85%이지만, 4개 이상인 경우엔 40%로 떨어진다. 그래도 간 절제술은 항암치료만 받는 것보다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다.”

-간 전이 이외에 폐 전이나 임파선 전이가 있으면 수술이 불가능한가.

“간 전이만 있는 경우보다 생존율은 감소하지만 국소적으로 폐 전이와 임파선 전이가 있다면 수술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항암치료를 거쳐 남아 있는 폐나 임파선 전이 병변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복막 파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른쪽과 왼쪽 간 전체에 걸쳐서 다발성 간 전이가 있다면 수술이 불가능한가.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에 경우에 따라서는 2단계 간 절제술로 제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알프스 수술법으로 먼저 왼쪽 간의 전이 병변을 모두 제거하고 왼쪽과 오른쪽 간을 분리한 후 오른쪽 간으로 가는 간문맥을 차단하고 2주 경과 후에 2차 수술에 들어가 오른쪽 간을 제거하면 모든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대장암과 간 전이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에 어디부터 수술해야 하나.

“2018년 영국 의료진의 연구 결과 대장을 먼저 수술한 그룹과 간을 먼저 수술한 그룹, 동시에 함께 수술한 그룹을 비교해 봤는데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 우리 한마음 병원팀은 1차 알프스 수술에서는 간 수술만 주로 하고 2차 알프스에서 수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에 대장암 수술과 함께 진행한다.”

-대장암 간 전이 환자에서 시행되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항암요법은 암 조직의 사이즈를 줄여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그러나 간 독성으로 인하여 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항암제인 5FU는 지방간을 유발하고 이리노테칸은 지방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 6번 이상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군과 6번 이내로 받은 환자군의 간 수술후 합병증 발생률에서 54% 대 19%로 항암요법을 많이 받은 군에서 합병증 발생이 높았다는 연구가 있다.”

-항암치료로 간 전이 병변이 작아지거나 없어지면 완치된 것인가.

“대부분의 대장암 간 전이 환자에서 항암치료 후에 암 조직의 사이즈가 감소한다. 심지어 영상검사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겨우 4%만 병리학적으로 사라지고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80%에서 다시 자란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그러므로 간 전이 병변이 작아진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항암제 내성으로 인해 효과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발성 대장암의 간 전이 환자에서 항암치료만 받으면 보통 2~3년만 생존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면 간 전이 병변이 4개 이상일 때도 40% 이상 장기 생존할 수 있다.”

-다발성 대장암의 간 전이 수술을 한 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나.

“받아야 한다. 영상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없는 0.5cm 이하의 병변은 수술 후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추가적인 항암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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