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류차, 대리기사 셔틀버스 아닌 업체 돈벌이 수단”
실태조사서 대다수 ‘부정적’
운영업체별 출근비 중복 지출
노선 축소 등에도 비용 인상
노조, 운영 정상화 강력 촉구
부산의 대리기사들이 대리운전 업체들의 심야 이동 합류차 요금 인상 철회와 운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대리기사들은 출근비(합류차비)라는 명목으로 대리운전 업체마다 비용을 지불하고 출근하는데, 합류차가 대리 기사 수송이라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업체 배만 불리고 있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11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와 부산이동노동자지원센터가 부산울산경남 대리기사 59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부산울산경남’ 대리운전 합류차 실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합류차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 9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기사들 대부분은 합류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합류차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대리기사들은 △합류차비 중복 징수 △합류차비 강제 징수 △부족한 합류차 운영 대수 순으로 합류차 운영 문제를 꼽았다.
대리업체에서 운영하는 합류차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에 대리기사들이 이용하는 셔틀버스다. 도착지가 시내가 아닌 오지이거나 콜이 접수되지 않는 지역으로 기사들이 이동하면, 콜 발생 확률이 높은 곳으로 기사들을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대리업체 입장에서는 접수된 콜 완료율을 늘릴 수 있다. 기사는 수익 증대를, 손님은 원활한 기사 공급으로 인해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편익이 생긴다.
그러나 대리기사들은 합류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대리기사들은 출근을 하기 위해선 대리업체의 프로그램 앱을 켜야 하는데, 프로그램 사용비와 출근비(합류차비)라는 명목으로 대리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일을 시작한다. 부산에는 현재 약 7000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있는데, 대리기사 대부분은 콜을 많이 받기 위해 최소 2~3개, 많게는 5개 이상 대리업체 앱을 사용한다. 합류차 탑승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하기 위해선 날마다 앱을 켜고 출근비를 내야 한다. 사실상 중복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오천콜, 드림콜, 시민연합 등으로 이뤄진 콜마너 연합이 합류차비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기존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해 대리기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반발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에 따르면 합류차 운영업체는 △로지소프트(출근비 3000원) △콜마너(출근비 4000원) △트리콜(출근비 3000원)이다.
대리기사들은 코로나 이후 부산의 대리업체들이 합류차의 운행 대수와 노선을 절반 이하로 축소했는데도 출근비는 그대로 징수했다고 호소한다. 대리업체는 손님과 기사를 연계해 수수료 약 20%를 수입으로 가져간다고 기사들은 설명한다. 대리업체 입장에서 콜은 날마다 유동적인 반면 합류차비는 고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대리기사들은 업체가 합류차 운영을 축소하고 출근비를 인상하는 행위는 결국 업체 배만 불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앱마다 합류차비를 걷는 데다 업체마다 운영하는 합류차가 비슷한 구간을 운행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합류차 운영은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출근비는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500원 인상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대리기사들에게 버거운 상황이다. 사실상 기사들은 혜택을 못 보고 중복 징수와 중복 운행 문제만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마너 연합의 합류비 인상 철회 △합류차를 이용하지 않는 대리기사 강제 출근비 징수 중단 △합류차 대수와 노선 확대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나서 대리기사의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리운전업체가 합류차비로만 벌어들이는 한 달 수익이 많게는 1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각각의 업체가 비슷한 노선으로 운행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합류차를 통합 운영하는 등 합류차 운영 정상화 방법이 필요하다. 나아가 부산시와 관계 기관이 대리업체의 카르텔 횡포를 바로잡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