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웹예능·드라마까지… '잘파' 잡기 총력전
부산은행 '전준우를 이겨라' 등
웹예능 형태 콘텐츠 효자 노릇
시중은행선 아이돌 섭외하기도
미래 잠재 고객 확보 차원 풀이
‘전준우를 이겨라 시즌2’ ‘짝사랑 끝내는 법’.
전통적으로 금융 정보 위주의 콘텐츠를 게재해 오던 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섬네일(미리보기) 화면 제목이다. 새로운 경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가 기성은행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11일 BNK부산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협업한 ‘전준우를 이겨라 시즌2’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전준우, 김원중, 한동희, 박세웅, 최준용 등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들이 출연해 PD가 내는 문제를 맞추는 웹예능이다. 해당 콘텐츠 조회수는 채널 구독자 500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 4만 회에 달할 정도로 효자 영상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이 외에도 부산 댄스팀 안무, 지역 가수 노래 영상 외에도 은행 내 직급별 브이로그 등의 다양한 컨셉의 영상들도 있다.
BNK경남은행도 유튜브 주요 소비 계층인 잘파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해오고 있다. 경남은행 신입 행원이 직접 출연해 출근길 소회부터 자신의 가방 또는 캐리어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 문화 ‘왓츠 인 마이 백’, 연수 수업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시중은행들은 지방은행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유튜브 콘텐츠 생산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글로벌 걸그룹’ 에스파가 출연한 웹드라마를 제작해 관심을 받았다.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 ‘케이’가 살고있는 가상세계 ‘광야’에서 꿈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캠퍼스 판타지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총 누적 조회수 3000만 뷰를 넘어섰다. 또한 269만 구독 유튜버 ‘숏박스’와 협업해 ‘KB국민은행X숏박스’라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우리은행은 소개팅 형식을 빌려 젊은 세대의 경제 관념을 살펴보는 ‘초면에 실례지만’, 은행 약관을 백색소음(ASMR)으로 소개하는 ‘3초 딥슬립 ASMR’ 등을 제작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익히 알려진 은행권에서 이처럼 딱딱하지 않고 가벼운 주제의 영상 제작은 잘파세대를 향한 일종의 구애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8월 30일 발간한 ‘잘파세대의 금융 인식과 거래 특징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미성년자 그룹에서 Z세대(중고생)는 주로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모바일 앱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청소년 선불카드 ‘미니’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80만 명에 이른다. 토스의 청소년 선불카드인 ‘유스 카드’도 지난 6월 말 기준 116만 장이 발급됐다. 미니, 유스 카드 가입자 수는 각각 전체 14~18세 인구의 77%, 50%에 달한다.
초등생들의 경우 부모와 함께 개설한 시중은행 계좌를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행법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하에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기성은행 이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존 은행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잠재 고객인 이들에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하게 된 상황이다. 지역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에 있어 다양성에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결국 고객이 중요한데 지금 이미 미래 세대 확보를 향한 은행권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