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규탄’ 넣나 빼나 진통… G20 공동성명 겨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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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폐막 전 줄다리기 회의
서방-친러, 의견 대립 회의 공전
200시간 협상 후 희석된 표현 써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와 조 바이든(맨 오른쬭) 미국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함께 10일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라지 가트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에서 헌화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와 조 바이든(맨 오른쬭) 미국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함께 10일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라지 가트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에서 헌화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하며 발표된 공동성명이 지난한 물밑 줄다리기 끝에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비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 규탄하는 내용이 빠지며 G20 내부의 균열상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는 했으나, 아예 공동선언이 불발되는 모양새보다는 낫다는 데에 참석자들의 뜻이 모였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와 익명의 외교관 등에 따르면 각국 대표단은 지난 9일로 예정된 공동성명 발표 시한을 앞두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문구가 시종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서방은 러시아에 침공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어구를 포함시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때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선언문이 채택된 수준까지 가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측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다 친러시아 성향의 일부 G20 회원국들이 올해 성명에 이 같은 표현이 담기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회의가 공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일 자정 직전에 이르러서야 각국은 공동성명 초안만 15건 넘게 주고받은 끝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희석된 표현’을 수용하기로 극적으로 타협했다. 장장 200시간에 걸친 진통 끝에 낳은 결실이다.

회원국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했으나 이를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명시적으로 연결 짓거나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 등 수위 조절이 이뤄졌다. 대신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어느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만 한다”고만 언급했다.

특히 CNN은 G20 막후에서 이번 정상회의를 이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세계적 지도자로 띄우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짚었다. 미국과 유럽이 그간 모디 총리를 글로벌 파트너로 육성하고 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던 만큼, 공동성명이 무산되는 것을 막고자 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공동성명 발표 직후 우크라이나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련의 중대한 단락이 포함돼 있다"며 "또한 국가들이 영토 획득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지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고 호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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