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도 구조대도 없다” 모로코 여진 공포 속 ‘맨손 구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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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극적 대응에 주민 분노
마라케시 관광 재개 고육책도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아다실 인근 티흐트 마을이 지난 8일 규모 6.8의 강진으로 초토화됐다. 특히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모로코인들은 10일 구조대가 마을의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2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아다실 인근 티흐트 마을이 지난 8일 규모 6.8의 강진으로 초토화됐다. 특히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모로코인들은 10일 구조대가 마을의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2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AFP연합뉴스

규모 6.8의 강진이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덮친 지 사흘째인 10일(현지 시간)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생존자들은 여진 등의 2차 피해 우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장비나 구조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맨손 구조’를 하고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들을 포함해 지진 영향권에 있는 주민 30만 명이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임시 천막이나 길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여기에 이날 오후 규모 3.9가량의 여진까지 발생해 공포에 떨었다.

전문가들은 본진보다 더 큰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는 여진을 우려한다. 내진 설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건물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반이 이미 약해진 상황에서 추가 진동이 있으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지진 전문가 펠리페 베르낭은 지난 2월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처럼 여진으로 보기 힘든 까다로운 강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중세 역사도시 마라케시 인근 산악지대 농촌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구불구불한 진입로에다 지진으로 낙석까지 깔려 구조대 접근은 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는 생존자들이 마을로 이어지는 비포장 진입로에 깔린 낙석을 손으로 하나하나 치워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모로코 정부에 대한 원망이 쌓여간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진앙에서 약 50km 거리에 위치한 마라케시 인근 타페가그테 마을의 경우 전체 주민 200명 중 무려 90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여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도 다수라고 보도했다. 잔해에 묻혔다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주민 하산은 BBC에 “매몰자 구조를 위한 중장비도, 외부 전문가도 오지 않았다”면서 “정부 도움이 필요한데 그들은 사람을 도우러 오는 게 매우 늦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BC는 그곳뿐 아니라 아틀라스산맥 일대의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피해 상황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총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연락이 두절된 산지 마을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사상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모로코는 스페인과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의 지원만 받기로 하는 등 외국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피해 주민들을 더욱 애타게 한다.

슬픔과 분노가 커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세 아들을 끌어안은 채 함께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눈물 속에 엄수되는 등 참사 수습을 위한 생존자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역사 도시 마라케시에서 외국인 관광이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모로코에서 관광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광업이 모로코 전체 일자리의 5%인 56만 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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