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육환경 10년 추적 프로젝트, 3년 남기고 돌연 중단
‘부산교육종단연구’ 중단 논란
2016년부터 학생 9000명 비롯
학부모·교사도 장기 추적 조사
시교육청 “연구 목적 이미 달성”
올해 관련 예산 편성하지 않아
연구 도중 중단 사례 거의 없어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 의혹
10년간 매년 추적·관찰해 부산 학생·학부모·교사의 교육 환경 전반을 진단하는 ‘부산교육종단연구’가 완료 3년을 남기고 돌연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교육청이 지속성과 연속성을 간과한 근시안적 행정을 하는 바람에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 교육연구로 시작 때부터 화제를 모은 사업을 ‘반쪽짜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매년 진행해 오던 부산교육종단연구를 올해부터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관련 연구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학 전공자들이 참가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매년 10월에 진행되던 학술대회도 열리지 않는다.
부산교육종단연구는 학생과 학부모 각 9000명, 교사 1300명을 대상으로 4~10년 동안 개인별 추적을 통해 학업 성취, 사교육 실태, 지역 간 교육격차, 스마트폰 사용 현황 등 교육 전반의 변화 양상을 200여 문항을 통해 매년 진단한다. 지난해 연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학업 수준 저하 실태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개돼 전국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연구에는 2016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각 3000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의 학부모도 함께 참여했다. 2016년에 중1, 고1이었던 학생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해 연구가 완료됐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올해 고2여서 졸업 이후 1년을 포함해 2025년까지 연구가 진행되면 10년 연구가 완료될 예정이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종단연구 특성상 연구가 도중에 종료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본다. 경기도교육청은 2012년 학생, 학부모, 교사 1만 1843명을 대상으로 경기교육종단연구를 진행했고 10년 연구를 지난해 마쳤다. 2016년 대구 교육종단연구, 2018년 전남 교육종단연구, 2020년 전북 교육종단연구는 모두 현재 진행 중이다. 연구 도중 중단한 지역은 없다. 일부 지역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참여 학생 수 등을 오히려 확대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진행하지만 부산 학생 참가자는 200명에 불과하고 지역 특수성 반영이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 모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연구의 첫 출발이었던 초중고 교육과정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정책 설정이라는 취지가 도중 연구 종료로 퇴색됐다”며 “종단연구의 가장 큰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행정이다. 향후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할 주요 축적 지표가 없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하윤수 교육감 취임 이후 연구 명칭을 부산교육패널조사로 바꾼 것도 석연치 않다. 관련 연구를 전담하던 박사진은 모두 올해 초 시교육청에서 퇴사했다. 일각에서는 전임 김석준 교육감 시절 전국적 관심을 끌었던 사업인 만큼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 성격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연구 진행 과정에서 참여 대상자인 학생, 학부모 등이 피로감을 호소했고 7년간의 연구로 연구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동일 인물에 대해 매년 조사를 진행하는 연구 특성상 참여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지난해 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책자 등을 발간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를 다각도로 검토해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교육 환경을 진단할 수 있는 조사 등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