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요원 배치한 주민센터들 “위화감도 없고 확실히 마음 놓여요”
금정구청·중구청 등 속속 도입
대다수 주민센터 예산 ‘걸림돌’
부산시 “직접 지원할 근거 없다”
민원인 폭행으로부터 최일선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요원이 속속 주민센터에 배치되고 있다. 안전요원이 배치된 현장은 만족감을 나타내지만 대다수 주민센터에는 여전히 안전요원이 없는 데다 예산 문제로 추가 배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1일 오후 3시 부산 중구 남포동주민센터. 1층 주민센터 문을 열자마자 170cm가 넘어 보이는 건장한 체형의 중년 남성이 민원인을 맞이했다. ‘시큐리티(보안)’라고 적힌 하얀색 제복을 입은 남성은 지난 4일 주민센터에 배치된 안전요원이다. 남포동주민센터 서석민 사무장은 “안전요원이 배치된 이후 확실히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11일 지역의 주민센터 6곳 중 남포·부평·보수동 주민센터 3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민원인 방문이 많은 주민센터에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매달 순환 근무가 이뤄져 다음 달에는 다른 주민센터 3곳에서 안전요원이 일하게 된다.
주민센터를 방문한 시민들은 안전요원 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남포동주민센터를 방문한 정 모 씨는 “최근 민원인이 주민센터에 불을 지른 영상을 봤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니 안전요원이 있는 게 오히려 좋아 보인다”며 “안전요원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중구청을 비롯해 올해 공무원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른 지자체도 속속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검토하는 중이다. 금정구청은 지난달 부산 최초로 경비업체 계약을 통해 주민센터 2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사상구청도 안전요원 배치를 검토하는 중이다.
하지만 안전요원 배치의 필요성과는 달리 추가 배치는 예산 부담 탓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초 지자체에 따라 10곳이 넘는 주민센터 모두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려면 예산 수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올해 시범 운영을 토대로 내년 확대 시행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다만 인건비 등 예산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시는 당장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과 구청이 독립된 행정기관이다 보니 직접 개입할 근거도 마땅치 않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의 퇴직 이유 중 하나가 악성 민원인 만큼 심각성을 인지한다. 하지만 악성 민원이 전국 사안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방침이 먼저 수립돼야 지원할 방법이나 근거가 생길 것”이라며 “시도 중앙정부에 악성 민원 해결책을 요청하고 기초 지자체에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요원 배치와 더불어 공무원의 자기방어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김용철 행정학과 교수는 “징계 두려움 때문에 악성 민원인에게 맥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규정을 손봐서 악성 민원인에 대한 일선 공무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또한 초임 공무원 비율이 높은 주민센터에 경험이 많고 전문적인 인력을 배치해 악성 민원을 조기에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