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도시를 읽고 그리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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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도시산책> 출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부산
어반스케치 작가로 직접 그린 그림

<도시산책>에 나오는 남포동 그림. 이종민 제공 <도시산책>에 나오는 남포동 그림. 이종민 제공

“도시의 거리는 늘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건축가는 도시를 어떻게 쓰고 그릴까. 이종민의 <도시산책>(파라북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의 이종민 대표는 건축가이면서 수필가이고 어반스케치 작가이기도 하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그린 부산 어반스케치’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이 대표는 가벼운 산책에서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날마다 변화하는 도시를 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 대표는 그 변화에 대한 건축가로서의 인식을 글로 풀었다. 그는 도시의 거리가 ‘어떨 땐 정겨운 동반자의 모습이었고, 어떤 날은 몸서리치는 혐오의 대상’이었다고 밝힌다. 일상에서 한 발 떨어진 느린 걸음. 도시를 산책하며 이 대표는 거리가 건네는 위로와 애원을 포착했다.

‘건축의 높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뽐냄과 독점이다.’ 이 대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높이’에서 높이를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발상의 천박함과 풍경을 사유화하는 이기심을 읽어낸다. 그는 폐선부지에서 산책을 하며 느낀 것을 다룬 ‘아름다운 재생’에서는 대단위 토목·건축 사업으로 변질된 도시재생을 이야기한다.

이종민의 <도시산책> 표지. 파라북스 제공 이종민의 <도시산책> 표지. 파라북스 제공

부산을 말하다, 도시를 말하다, 건축을 말하다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며 부산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대표가 직접 수채화로 그려낸 도시의 풍경이 더해져 글 속에 등장하는 거리와 마을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높은 집과 좁은 방’을 나와 걸은 기록을 읽고 보면 알게 된다. 도로 위의 햇빛이 언제 이렇게 줄어들었고, 또 거리에서 하늘을 제대로 보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는가. 도시의 오늘을 고민하고 내일을 질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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