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도시를 읽고 그리다
이종민 <도시산책> 출간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부산
어반스케치 작가로 직접 그린 그림
“도시의 거리는 늘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건축가는 도시를 어떻게 쓰고 그릴까. 이종민의 <도시산책>(파라북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의 이종민 대표는 건축가이면서 수필가이고 어반스케치 작가이기도 하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그린 부산 어반스케치’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이 대표는 가벼운 산책에서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날마다 변화하는 도시를 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 대표는 그 변화에 대한 건축가로서의 인식을 글로 풀었다. 그는 도시의 거리가 ‘어떨 땐 정겨운 동반자의 모습이었고, 어떤 날은 몸서리치는 혐오의 대상’이었다고 밝힌다. 일상에서 한 발 떨어진 느린 걸음. 도시를 산책하며 이 대표는 거리가 건네는 위로와 애원을 포착했다.
‘건축의 높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뽐냄과 독점이다.’ 이 대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높이’에서 높이를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발상의 천박함과 풍경을 사유화하는 이기심을 읽어낸다. 그는 폐선부지에서 산책을 하며 느낀 것을 다룬 ‘아름다운 재생’에서는 대단위 토목·건축 사업으로 변질된 도시재생을 이야기한다.
부산을 말하다, 도시를 말하다, 건축을 말하다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며 부산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대표가 직접 수채화로 그려낸 도시의 풍경이 더해져 글 속에 등장하는 거리와 마을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높은 집과 좁은 방’을 나와 걸은 기록을 읽고 보면 알게 된다. 도로 위의 햇빛이 언제 이렇게 줄어들었고, 또 거리에서 하늘을 제대로 보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는가. 도시의 오늘을 고민하고 내일을 질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