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인호 종합건설회사 (주)유건 대표 “작은 필지부터 재정비하면 골목길 변화시킬 수 있어요”
해운대구 재반로 11번길 새롭게 조성
건물 생애 주기 개념 도입해 관리
“특색 있는 소규모 골목 만들고 싶어”
부산 해운대구 재반로 11번길이 새롭게 변신했다. 원래는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곳이었다. 지금은 거리 곳곳에 카페가 들어설 정도다. 차량이 갈 수 없는 골목 안쪽으로 쑥 들어가야 보이는 주택을 개조한 카페도 있다. 사람들이 거의 오가지 않았던 예전 마을 모습을 생각한다면 꿈도 못 꿀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는 종합건설회사 (주)유건의 최인호 대표가 있다. 최 대표는 “작은 필지부터 주거 환경을 재정비하면 골목길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재반로 11번길의 변화는 최 대표가 2020년 두 개의 필지를 새롭게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원래 두 개의 필지는 폐건물들이 있던 곳이다. 처음에는 이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에 대해 건축주도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그는 건축주의 요구 조건과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대 주변의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최 대표는 “가로를 따라 특색 있는 건축물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골목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유입되고, 이를 시작으로 도시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늘어나며 지역이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건축주도 지역이 변하면 건물의 가치도 같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공감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두 필지 작은 규모의 건물인 데도 지하에 바람과 햇빛이 스며드는 ‘선큰’ 공간을 두어 쾌적하게 만들었다. 또 건물 내에 이색 정원을 꾸몄다. 최 대표 버전의 ‘골목길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그는 20년이 넘게 대기업에서 대규모 토목공사, 건축 공사 현장에서 일을 했다. 당연히 대규모 정비사업도 많이 진행했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하면 할수록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대규모 개발로 인해 사업 기간이 지연되면 노후 불량 건축물과 공가 건물이 늘어났고 슬럼화가 가속됐다. 그리고 주거보다는 투자로서의 목적이 강하다 보니 원주민 정착률이 극히 낮았다. 최 대표는 정비사업을 할 때마다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는 “‘터무니없다’는 말이 터를 잡고 살았던 흔적이 없어진다는 뜻인데, 대규모 정비사업은 사업성을 위해 최대 용적률의 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의 풍경이 사라지고 아파트 중심으로 도심 경관이 변화하는 것이 늘 안타까워 다양한 형태의 도심 경관을 조성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 대표는 건물의 생애 주기 개념을 도입해 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건물 역시 나이가 들어가니 이를 유지·관리하는 개념을 포함한 것이다. 이를 확장하면 마을의 생애 주기 관리가 되는 셈이다. 재건축·재개발 역시 필요하지만, 이러한 방법의 소규모 정비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반신반의하던 이들도 해운대구 재반로의 성과를 보고 의뢰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는 건물의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소규모 골목길 살리기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며 “이를 통해 골목마다 특색 있는 부산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