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인사이트] 가덕신공항 2029년 이후를 고민하자
2024년 착공, 불가역적 국가 사업
유치에서 활성화로 논의 옮겨가야
거점 항공사 확보가 최고 급선무
행정구역 통합 등 부지 확보 방안 필요
청년 일자리 마련으로 경제 활성화
국토균형발전 날개로 자리 잡아야
“선배! 조~용합니다.” 21년 전인 2002년 4월 15일 오전 11시 40분께 부산경찰청 기자실에서였다. 석간 마감을 앞두고 경찰서 출입기자들이 경찰청 사건팀장에게 보고하는 순간, 기자실은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중국 민항기가 추락했다는 경찰 보고로 술렁였다. 긴박한 상황에 ‘고성’이 터져 나오고, 사회부·사진부 기자 모두가 김해로 내달렸다. 그렇게 시작한 공항 취재가 20여 년이 지나서야 일단락을 맺었다. 2024년 5363억 원 예산 투입을 시작으로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수도권주의자들의 비아냥, 다른 지역과의 입지 갈등도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논의의 기준 시점을 2002년에서 2029년으로 옮겨야 할 때다. 20년간 토목과 교통, 수요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어떻게 공항을 운영할 것인가’란 주제 아래 공항 활성화와 대기업 유치로 고민이 바뀌어야 한다. 첫 번째가 가덕신공항을 허브로 삼아 전 세계를 이을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 부산 북항에 돔구장을 멋들어지게 지었는데 거기서 뛸 프로야구단이 없는 장면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때마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산 가능성과 에어부산 분리 매각 및 아시아나 항공의 제3자 매각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에어부산 직원 승급 정지와 신규 조종사 채용 중단, 리스 비행기 반환 등 고사 작전에 돌입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 국내외 항공사를 유치해야 하는 부산 입장에서 부산 본사인 에어부산을 버릴 이유가 없다. 시간도 촉박하다. 대형 항공기 신규 리스에도 최소 3년이 걸린다. 에어부산이 지금 보유한 항공기 21대로는 장거리 운항은 물론이고, 가덕신공항 슬롯을 채우기도 부족하다. 항공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물론 지금 에어부산의 신용등급으로는 항공기 리스는 꿈조차 꾸기 어렵다.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긴 호흡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현상 유지가 아닌 확장이 가능하다. 그룹 직원 출장 수요는 물론이고, 반도체, 바이오와 같은 경박단소형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자체 항공 화물 수요가 풍부한 회사면 좋겠다. 면세점·호텔 등 유통과 관광, UAM(도심항공교통) 항공 관련 사업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시너지 효과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부울경은 이런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전봇대만 뽑아주면 된다. 자칫, 단기 매각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공중분해될 우려도 크다.
부산의 지역 상공인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한 기업 회장은 미국에서 초고속 비행기 구입을 문의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몇몇 기업인이 산업은행에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요청해 “9월 말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아시아나항공 51%, 지역 상공인과 부산시 49% 투자로 에어부산을 창업한 전례처럼 대기업과 지역 자본, 부산시와 시민펀드가 참여한 거점 항공사라면, 향후 지역의 ‘시민 기업’이 될 수 있다. 지역 상공인이 참여한 기업 DNA가 이어져야 지역과 상생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LCC 통합 본사 유치의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단지 합병 불발 시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에도 관심을 쏟아 거점 항공사로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곧 산업은행 부산 완전 이전에 이어, 2030월드엑스포 유치 가부가 결정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은 새로운 이슈가 필요한 상태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부산 본사 산업은행과 연계해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부산 유치를 지역 의제로 삼을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리는 셈이다.
두 번째는 배후 첨단산업부지 확보이다. 가덕신공항은 항만과 철도, 도로가 결합한 항공·해운·물류 거점이다. 그 항공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을 제조할 첨단산업기지가 공항 인근에 입지해야 한다. 11일 금양 이차전지 부산 기장 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가덕신공항이 구체화되면서 부산이 첨단산업 유치가 가능한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부울경은 원전 덕분에 전기 자급률이 높은 지역이다. 차등전기요금제까지 적용되면, 전기 수요가 많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산업 인프라 고도화 가능성이 한결 커지게 된다. 김해와 양산, 강서, 사하 등에서 첨단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행정구역 통합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개항까지 6년,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고 있다. 지역의 수많은 청년이 경기도 원룸과 하루 2~3시간 출퇴근을 무릅쓰고 고향을 떠나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지금부터 2029년을 준비해도 절대 빠르지 않다. 가덕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쏟아낸 경제 효과 등 장밋빛 전망을 실현시켜야 국가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날개가 될 수 있다. 이제는 훨훨 나는 일만 남았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