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급증하는 자동차 산업… 국내 부품업계 입지 좁아질까?
중국산 완성차·배터리 증가
BMW, 테슬라 등 브랜드 늘어
제조단가 20% 낮춰 경쟁력 확보
국산차도 중국산 배터리 탑재
"국산 부품 자체 경쟁력 갖춰야"
중국산 완성차와 배터리가 대거 국내로 수입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과 부품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자동차와 배터리를 정부 규제 등으로 막는 것은 어려운 만큼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계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보·BMW·테슬라, 중국산 확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완성차를 들여오고 있는 브랜드는 볼보와 BMW, 테슬라 등이다.
볼보는 기존에 준대형 세단 ‘S90’을 중국산으로 들여왔다. 그러다가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C60’의 대기고객이 늘어나면서 중국 생산분을 내년 3월까지 들여오기로 했다. 볼보차코리아 측은 “중국산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어서 고객들에게 중국산과 스웨덴산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보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BMW도 현재 국내 시판되고 있는 중형 SUV ‘iX3’가 모두 중국산이고, 미니도 내년 출시 예정인 순수전기차 ‘뉴 미니 쿠퍼 SE’를 중국산으로 국내 들여올 계획이다.
국내 판매를 다시 시작한 테슬라의 ‘모델Y’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고, ‘모델3’도 향후 중국산으로 대체된다. 이처럼 중국산 완성차들이 늘고 있는 것은 스웨덴(볼보, 폴스타2), 독일(BMW), 미국(테슬라) 등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제조단가를 20% 안팎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내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 모델Y는 기존에 사륜구동 롱레인지 모델이 7874만 원, 사륜구동 퍼포먼스 모델은 이보다 더 비싼 8534만 원이었다. 하지만 중국산은 후륜구동 모델이 들어오긴 하지만 2000만 원가량 저렴하다. 볼보 XC60도 중국산이 스웨덴산보다 50만 원가량 싸다.
중국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글로벌 품질 인증 시스템에 의해 본사 생산분과 중국산의 품질에 전혀 차이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고급차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확대될 경우 국산 완성차에도 다소간 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자동차융합기술원 이항구 원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현재 진출한 다국적 브랜드들 외에 다른 브랜드들도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산 승용차가 확대된다고 해서 각종 규제로 막을 경우 다른 품목에서 역공을 받을 수 있어서 정부와 기업 스스로 공정혁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산 대세?
업계에 따르면 12일 현재 국산 전기차중에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와 ‘레이 EV’(출시 예정),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에, 수입 전기차에는 테슬라 모델Y RWD(뒷바퀴 굴림), 메르세데스-벤츠 ‘EQE’와 ‘EQS’, BMW ‘iX3’ 일부, 미니의 ‘미니 일렉트릭’ 등에 중국산 배터리가 각각 탑재돼 있다.
BMW나 벤츠 등 고급 전기차의 경우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지만, 중저가 전기차에는 이보다 한단계 아래로 평가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
이번 달 출시 예정인 레이 EV와 모델Y RWD, 토레스 EVX에는 중국 CATL과 BYD(비야디)의 LFP 배터리가 각각 들어간다. 내년 초 출시하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가칭)에도 CATL LFP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LFP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그러나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삼원계에 비해 화재 가능성이 작고, 흔한 소재를 원료로 해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LFP배터리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그러나 이 같이 중국산 배터리가 확대될 경우 국내 배터리 부품 업계는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