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북러 밀월’… 윤 대통령 전략은 ‘한미일 공동 대응’
북러 정상회담 진행 추이에 촉각
한미 연합전력 총동원 정보 수집
대통령실 “러 책임 있는 행동해야
우방국과 협력, 상황 파악 대비”
중국과 우호 유지에 외교력 집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무력화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밀월이 깊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공조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번 북러 밀착에 따른 한반도 정세 관리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북러 접촉에 당장 공식 반응을 내지는 않고 있지만 동맹인 미국의 정보자산 등 한미 연합 전력을 총동원해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이 함께 실시간으로 북러 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필요하면 일본과도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군사동맹인 미국은 물론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공조를 계기로 새로운 협력체를 구축하게 된 3국 차원의 공동 대응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가장 우려하는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오늘 국무회의 비공개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국가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부는 우방국들과 협력하면서 전반적으로 (관련)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와 별도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소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 회복에도 외교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중국은 러시아의 무기 지원 요구에 응하지 않고 대북 관계에서도 매우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다툼 와중에도 중국은 한국과는 반도체 기술 등 경제 협력을 고리로 우호관계를 지속하는 실리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성사시켜보겠다고 밝힌 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작년보다 더 많은 나라의 정상이 북핵 위협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경제 발전에 중대한 방해 요소임을 지적하며, 유엔 회원국은 물론 모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책임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난주 아세안·G20 정상회의에서의 발언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저는 리창 총리와 만나 북한 문제가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북핵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한미일 3국 관계가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임박한 북러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향해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