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72시간 넘겨… “생존자 찾을 가능성 매우 희박”
모로코 지진 희생자 2900명 육박
흙더미 변한 잔해 속 시신 가득
지원 없어 주민 차로 시신 옮겨
실종자 집계 안돼 피해 예측 불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간) 밤늦게 발생한 강진으로 숨진 희생자가 2862명으로 늘었다. 전통적인 진흙 벽돌 가옥들이 모두 무너져내려 흙더미로 변하면서 생존자를 찾기 위한 모로코의 노력이 쉽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이 현재 접근조차 어려워 당국은 실종자 수에 대한 추정치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로코 틴멜 마을에서는 거의 모든 집이 부서져 주민 전체가 노숙자로 전락했다. 잔해 아래에 묻힌 사체가 내뿜는 죽음의 악취도 곳곳에 퍼져 있다.
무하마드 엘하산(59) 씨는 로이터에 “지진이 났을 때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면서 당시 이웃집 지붕이 무너져내리자 아들이 집 밖으로 도망쳤는데 아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히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엘하산 씨는 아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아들을 찾아나섰지만 결국 울음소리는 멈췄고 아들을 잔해 속에서 찾았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고 말했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틀라스 산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 타루이스테에는 십여 채의 집이 모두 무너져내려 단 한 채도 남아 있지 않았다. 타루이스테 사람들은 구급차나 기타 정부 지원이 도착하지 않아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이웃 여섯 명의 시체를 산 아래로 운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타페그하테 현장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마을 사람 400명 중 9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아직도 잔해 속 시체에서 나는 악취가 진동했다.
아미즈미즈 시에 모인 구조대원들은 점토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의 특성 상 잔해 아래에서 생존자를 더 찾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벽과 천장이 무너질 때 대부분 흙으로 부서지는 바람에 숨쉴 공간 없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어디에 얼마나 시신이 묻혀 있을지도 가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72시간이 거의 소진되면서 현장을 지켜보는 생존자들의 가슴도 타 들어갔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모로코 내무부가 11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862명이 숨지고 2562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4시 현재 기준 2122명에서 하루 만에 740명이 늘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604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가 976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854명이 매몰돼 숨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까지도 매몰돼 있는 사람이 많아 희생자수를 추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부상자 중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