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리튬 수급부터 완성차 납품까지 ‘동남권 밸류체인’ 구축 큰 그림
[이슈추적] 첫발 뗀 부산 이차전지
금양 동부산 이파크 공장 기공
핵심소재 자매사 추가 건립 검토
콩고·몽골 안정적 원자재 수급
완성차 업계서도 제안 쏟아져
껑충 뛴 주가엔 우려 목소리도
10년 넘게 황토밭으로 방치됐던 부산 기장군 장안읍 산업단지에 부산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부산상공회의소회장 등 내빈만 200명 넘게 몰렸다. 멀리 영국과 콩고, 몽골에서 날아온 손님까지 있었다. 11일 열린 금양의 동부산 이파크 산단 이차전지 생산공장 기공식 풍경이다.
금양이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선포한 이 동부산 산단 부지는 원래 대우버스에게 불하됐던 땅이다. 대우버스를 중심으로 자동차 클러스터를 유치하려던 부산시의 프로젝트가 불발되면서 13년 가까이 표류하던 땅이 새 주인을 만나 ‘이차전지의 메카’를 꿈꾸게 된 셈이다. 지난해 말 금양이 이차전지 개발 이후 대규모 상용화 부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북 포항 등지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을 돌았다. 역외유출을 걱정한 부산시가 다급하게 동부산 부지를 제시하면서 이날의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행사장으로 몰려든 내빈은 이 같은 부산시의 바람과 광풍처럼 몰아친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어지간한 직책으로는 축사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농담이 식장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영국계 글로벌 투자그룹인 ‘존 템플턴’ 재단의 로리 나이트 투자 의장이다. 이들은 금양에 2000억 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트 의장이 먼 기장 땅까지 날아와 축사를 한 이유다.
이처럼 금양의 이차전지 생산공장에 비상한 관심이 쏟아지는 건 금양이 완벽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을 장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의 원재료인 리튬 수급에서부터 핵심 자재인 양극재 생산, 그리고 전장용 배터리 제조에서 전기차 완성차 납품까지 부산과 울산에서 모든 것이 순환 가능하다는 게 금양 류광지 회장의 계산이다.
지난해 콩고 리튬 광산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금양은 지난 5월 몽골 광산개발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MOU를 맺었다. 수년 전부터 이미 내몽고에 공장을 갖추고 리튬 수급을 위한 스킨십을 쌓아왔다는 소문이다. 오히려 콩고산보다 몽골산이 먼저 공정에 투입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조재필 대표 등 기공식에 주요 임원이 대거 참석한 ‘에스엠랩’도 금양이 꿈꾸는 밸류체인의 퍼즐 중 한 조각이다. 울산에 본사를 둔 양극재 제조업체인 에스엠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97% 니켈 순도를 가진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금양 류 회장은 지난 8월 에스엠랩과 전략적 투자협약을 맺고 1000억 원대 지분을 인수했다.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원자재와 핵심 소재 양쪽에서 안정적인 수급처를 마련한 것이다.
금양이 몽골 등지에서 리튬을 공급받아 이를 에스엠랩에 넘기면 국내 최상급 양극재를 곧바로 금양에게 납품하는 구조다. 두 회사는 이미 금양의 추가 확장 부지에 에스엠랩 공장을 입주시키는 안을 협의 중이다. 에스엠랩 측은 “2026년까지 금양의 투자금으로 제3공장을 울산에 세우고 추가 확보되는 동부산 산단 부지에 제4공장을 세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양은 2025년 상반기 중에 46계열 배터리를 글로벌 전기차 업체에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차전지 납품처로 거론되는 부산과 울산의 완성차 업체도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차전지 업체 입장에서 완성차 업체는 납품처지만, 현재 품질 좋은 한국산 배터리는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갑을 관계는 반대다. 저가형 중국산 배터리라는 대체제는 있지만 하이엔드 차량에는 한국산 배터리가 필수다. 금양의 전지 부문 사업 관계자는 “르노코리아 등 부산 인근에 위치한 완성차 업체를 여러 측면에서 좋은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이들 완성차 업체는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객이 될 수밖에 없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원론적인 협의는 진행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까지 환영 일색인 이차전지 붐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여러 차례 폭발적으로 뛴 금양의 시가총액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금양의 주가는 9월 현재 7조 원 중반이다. 연매출 2000억 원 안팎의 회사가 시가총액은 1년 사이 20배가 넘게 뛰었다. 미래 가치가 극단적으로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수직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출신의 한 투자전문가는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이익을 독식하는 기술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공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금양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업종 전체에서 비슷하게 보이는 업태”이라면서 “오히려 최근에는 이차전지와 상극인 종목을 중심으로 ETF가 꿈틀거리고 있어 향후 업황과 별개로 주가 향배는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