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만든 부산 공교육 대표 인강, 부담 없이 들어봐”
‘부산형 인강’ 6인의 일타강사
현직 교사 인강 부담감 있지만
학생에게 도움 주려고 용기 내
부산 키워드로 사교육과 차별
별명·강의명도 친근하게 접근
가벼운 마음으로 강의 수강해
중하위권도 성공 경험 얻기를
'일타강사'. 사교육 인터넷 강의에서 ‘1등 스타 강사’를 뜻하는 말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5월 인터넷 강의에 나설 강사를 모집한다는 말에 부산형 인강 대표 강사 6명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망설였다. ‘부산에서 만드는 인터넷 강의는 뭐가 다를 수 있을까’,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는 다른 영역이지 않을까’ 같은 고민이었다. 현직 교사가 수업을 인터넷 강의로 공개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교육 첫 일타강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생에게 도움이 되자’는 마음에서였다.
국어 과목 강사로 나선 박연환(개성고) 교사는 “인터넷 강의를 수강한 세대가 아니어서 인터넷 강의를 잘 알지 못했다. 실제 학교에서 보니 많은 학생이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학교 현장과 맞닿은 인터넷 강의를 만들어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로만 구성된 인터넷 강의인 만큼 기존 사교육 인터넷 강의와는 달라야 했다. 차별화의 키워드는 ‘부산’이었다. 박 교사는 인터넷 강의 준비 첫 과정으로 원도심·서부산 지역 고교 교과 진도표를 정리했다. 수학 과목 이재민 교사(화명고)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듣는 인터넷 강의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 교사는 “수준에 맞지 않는데도 유명 강사라는 이유로 친구를 따라 인강을 듣는 학생이 많았다”며 “부산의 내신 기출 문제를 교재에 수록하고 실제 학교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는 부산 교사들의 조언을 반영해 강의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교사 6명은 학생들의 여느 인터넷 강의처럼 개성 넘치는 별명, 강의명을 붙였다. 재직 중인 학교의 학생들이 강의명을 정해주거나 별명을 정해주기도 했다. 이 교사는 가수 방탄소년단의 RM과 닮았다는 학생의 말에 이름 이니셜을 따 'JM'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수학 과목 박성인(개성고) 교사는 ‘수재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학을 재미있게 하자'는 의미와 학생들에게 '수제자가 돼 달라'고 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박 교사는 강의에서 멜빵바지를 입고 베레모를 쓰고 등장한다. 학생들을 '배우'라고 부르며 '감독'을 자처한다. 수학 과목 강의명은 ‘수학 웨이브’다. 강의가 상위권으로 가는 파도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학생들이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강의를 수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 6명 모두 현직인 만큼 동료 교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부산 공교육을 대표하는 ‘대표 선수’인 만큼 동료들은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교재는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과목별 교사 5~6명이 함께 만들었다. 이재민 교사의 수학 강의 교재는 이 교사가 재직 중인 화명고 수학과 교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수학 과목 김지영(부산진여고)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새벽 늦은 시간까지 눈이 충혈돼 가면서 함께 교재를 제작했다”며 “함께 논의하다 보니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됐다. 교사로서도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부산형 인강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꿀팁’이 있을까. 교사 6명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강 자세로 ‘가벼운 마음’을 꼽았다. 모든 강의를 다 들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한번 들어볼까’하는 마음으로 부산형 인강의 문을 두드려 줄 것을 당부했다.
영어 과목 김유진(부산국제고) 교사는 “학생들이 '그냥 한번 들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강의를 통해 중하위권 학생들도 영어 과목에서 성공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지은(부산사대부고) 교사 역시 “20여 개 강의를 다 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커진다. 부담이 포기로 이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잘 모르는 부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의 강의만 들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