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인공증식 산호 방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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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계가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에 처한 상황은 바닷속이라고 다르지 않다. 급속한 해수 온도 상승과 인간에 의한 오염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기는 오히려 지상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바다 생태계의 밑바닥에서 해양 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산호초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해수 온도 상승 등으로 산호초가 하얗게 말라 죽는 ‘바다의 사막화 현상(백화 현상)’이 태평양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까지 세계 산호초 군락의 최대 9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유엔은 경고한다. 해양 생물의 약 32%가 서식해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산호초가 만약 사멸된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해양 생물도 덩달아 사라지면서 바다 생태계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사라져가는 산호초 보호를 위해서는 인간이 유발한 해수 온도의 상승을 막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이 방안의 실현을 기다리기엔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근본적인 방안의 실현과 병행해 산호초의 인공적인 보호·보존, 복원을 위한 조처를 당장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닷속 산호초의 보존과 복원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 14일 우리나라 제주도 해역에서 진행됐다. 해양수산부가 세계 최초로 유성생식 기술을 적용해 지난해 인공증식에 성공한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 약 300개체를 서귀포시 문섬 주변 해역에 방류한 것이다. 제주도 문섬 해역은 밤수지맨드라미를 비롯한 다양한 산호류가 군락을 이루는 서식처였지만, 최근 갈수록 줄면서 정부가 2002년부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잘 익은 밤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밤수지맨드라미 산호의 방류는 문섬 주변 해역의 산호류 복원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유성생식 기술을 이용한 복원 기법은 산호가 바닷속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유전적 다양성까지 훼손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하니, 앞으로 다른 산호류 복원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바다의 꽃’, ‘물꽃’으로 불리는 산호가 바다 생태계를 통해 인간의 삶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산호의 보호와 보존은 결국 인간 스스로 미래 생존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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