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뒤흔든 북러 회담… 미중일 수 싸움도 치열
양국 밀착 파장 분석 쏟아져
일 “국제 왕따 신세 확고해졌다”
미 “응분의 책임과 대가 치를 것”
중 침묵엔 유불리 엇갈린 해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주변국들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상대국의 분위기를 살피며 수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가까운 일본은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른바 ‘국제 왕따’ 신세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봤다.
아사히신문은 14일 사설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서로 손을 잡으면서 세계에서의 고립은 한층 깊어졌다”며 “러시아도 북한도 군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강경 노선을 지속하는 것은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날 북러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포함해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 직후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어떤 합의든 우리에게 중대한 우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공적인 약속을 지킬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도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북한이 러시아가 제공할 수 있는 어떤 기술로부터 혜택을 입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공조할 것”이라며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 언론은 특히 두 정상의 4년 만의 회담을 ‘부랑아들의 회담’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회담에서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며 “서방의 ‘왕따’인 두 사람은 서로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팬데믹 이후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식량난에 처한 김정은 입장에서 러시아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며 “김정은의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지지는 놀랍지 않다. 이미 산적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들 부랑아 입장에서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방과 일본 언론은 또 중국의 ‘침묵’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전날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중국 특파원 리처드 스펜서는 14일 ‘미국의 적수들의 만남이 중국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무기 거래만으로 한정해 본다면 중국에도 손해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스펜서는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 것도 중국에는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통적인 우호국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접근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자세가 엿보인다”며 “한미일은 북러 접근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