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두고 “순진한 안보관” “외교정책 패착” 공방
국힘 “전임 정부 균형외교는 환상”
북러 안보위협 단호한 대응 주문
민주 “현 정부의 대북정책 결과물”
동북아 군사적 긴장 완화책 촉구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천명한 북러 정상회담 이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한층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북러 밀착의 배경으로 지목하며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가치 외교’를 비판해온 야당의 ‘순진한 안보관’을 때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미국과 일본에 경도된 현 정부의 이념·진영 외교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공조를 부추긴 것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러시아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며 (강행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결국 이렇게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의) 한치 앞도 못 보는 ‘우물 안 개구리식’ 단견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로 재래식 무기가 부족해지자 북한에 도움을 요청하고, 북한은 그 대가로 위성·로켓 발사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위험한 거래’에 나서게 됐다는 취지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말려 들어가야 하나.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 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제 민주당식의 순진하고 이기적인 국제안보 관점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강조했다.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만큼 전임 정부의 ‘균형 외교’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해 안보 위협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국제 평화에 반하는 북러 간 군사협력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균형을 잃은 외교정책이 가져온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4년 5개월 만에 북러 정상이 만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가치 외교를 내세우며 중러와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미일에 더욱 밀착한 것이 오히려 북러의 연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향해 “안보 불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대책은 무엇인지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이종섭 국방장관 탄핵안 문제’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해임·탄핵·특검, 이런 것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됐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민주당의 당리당략을 위한 힘자랑 때문에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안 추진 여부를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짓기로 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국방장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실제 탄핵 추진을 놓고는 이견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이틀 전 의원총회에서 탄핵 추진을 당론화하려 했으나, 이 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보류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 장관이) 사의 표명을 했더라도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당내에는 최근 북러 정상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민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