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행 KTX 투입” 철도노조 총파업… 첫날 열차 24% 운행 줄어
14~18일 닷새간 한시적 돌입
공공철도 확대·4조 2교대 등 요구
부산본부, 부산역 광장서 출정식
1만 3000여 명 동참… SRT 불참
탑승객 몰리는 주말 혼란 가능성
철도노조가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면서 첫날 23.6%의 열차가 운행이 중지됐다. 이날 하루 취소된 열차는 KTX 101대, 광역전철 546대 등 모두 941대였다. 열차 운행 중지로 뒤늦게 기차표가 예매 취소된 것을 알게 된 승객들은 다른 열차표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있었다. 다만 평일인 데다 파업 소식을 듣고 SRT 등 다른 기차표로 미리 바꿔놓은 승객도 많아 큰 혼란은 빚어지진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철도노조가 지켜야 할 자리는 정치투쟁의 싸움터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터인 철도현장”이라며 “즉각 현장으로 돌아가달라”고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5일간 한시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 부산본부는 14일 오전 11시 부산역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총파업 출정식이 진행됐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에 필수 유지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 3000여 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오늘 출근대상자 1만 2905명 중 2804명이 파업에 참가해 참가율이 21.7%였다”며 “14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열차는 평시대비 76.4%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KTX는 76.4%,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68.1%, 화물열차 26.3%가 운행중이라는 설명이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 주장하던 철도민영화 반대,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해선 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9시까지 1차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을 지켜보며 제2차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소속이 아닌 SRT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철도노조 부산본부는 “수서행 KTX 운행을 통해 시민에게 편리한 고속철도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여파로 열차 운행 편수는 평소보다 대폭 감소했다. 이날 부산역 기준 KTX 운행은 106회에서 74회로 줄었고, 새마을 열차는 20회에서 16회로 축소됐다. 무궁화 열차도 36회→25회, 동해선도 104회→78회로 줄었다. 현재까지 예매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발권 창구 등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탑승객이 몰리는 주말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신항과 경기 의왕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 횟수도 평소 13회에서 5회로 떨어졌다. 부산신항역의 하루 운송량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파업 예고에 따라 화주들이 긴급한 화물은 이미 옮겼거나 대체 수단을 이용해 큰 혼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수출입 화물은 트럭을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이 대세여서 수출입 물량 운송에 차질이 올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부산역에서는 휴가를 나온 한 장병이 “휴가를 나오기 전 열차표를 예매했었는데 취소가 돼 매우 당황했다”며 “이틀 전부터 계속 예매를 재시도해 겨우 입석 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원 중앙역에서 한 열차 이용객은 “업무차 창원에 방문했는데 파업 돌입 소식을 듣고 급하게 기차표를 다시 예매했다”고 말했다.
다만 왜 파업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오송역에서 만난 한 승객은 “파업 종료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노조 지도부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말쯤 결과가 나온다. 현재 △코레일의 시설유지보수 업무 국가철도공단 이관 △안전분야 정부위원회 설치 등 정부 감독 강화 △시설유지보수 분야 첨단화 등 몇 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 중이다. 용역은 각 안에 대해 장단점을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할 예정이다. 만약 코레일 시설유지 보수 업무를 이관하면 70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이 철도공단으로 대거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