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지만 치명적인 복막암, 온열항암요법 ‘하이펙’으로 치료 효과 높인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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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적인 증상 없어 조기 진단 어렵고 급격하게 진행
종양 제거술 후 가온 항암제 복강 내 투여, 생존율 향상
난소암·유방암 가족력 있다면 BRCA 유전자 검사 권고

복막암은 위·대장·간·난소·자궁 등 복강 내 장기에서 생긴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복강 내 온열항암요법인 ‘하이펙’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복막암은 위·대장·간·난소·자궁 등 복강 내 장기에서 생긴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복강 내 온열항암요법인 ‘하이펙’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복막암은 말 그대로 복막에 암이 발생한 것이다. 복막은 복강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 조직이다. 복막암 발생 빈도는 10만 명에 0.68명꼴로 아주 드물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복막 자체에서 암이 발생하기도 하며, 위·대장·간·난소·자궁 등 복강 내 장기에서 생기는 암이 복막 전이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난소암이 복막으로 잘 퍼진다.

부산대병원 복막암센터 김기형·서동수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으로 복막암과 치료법에 관해 알아봤다.


-복막암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암인데,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나.

“복막암은 복막 자체에서 암이 발생한 일차성 복막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전이된 이차성 복막암, 그리고 복막암종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차성은 드물며 대부분 다른 장기의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며, 난소암·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BRCA(유방암 유발성 유전자) 이상을 가진 경우에서 흔하다. 여성의 복막암·난소암·난관암은 임상적·병리학적으로 유사하다. 하지만 복막암은 치료 반응률, 재발 부위, 예후 측면에서 난소암과 차이를 보인다. 복막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흔한 증상으로는 복부에 가스가 찬 더부룩한 느낌과 복통이 있다. 암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배가 약간 부풀어 오르거나, 월경 이상,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있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병이 더 진행하면 복수가 차면서 복부팽만, 구역, 구토, 설사와 변비, 식욕 저하, 빈뇨, 체중 감소, 질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복통은 환자의 68%, 복수는 52% 정도에서 나타나며, 난소암과 비교하면 복부팽만이 더 흔하고 복수 양이 더 많은 양상을 보인다.”


-복막암으로 진단받았다면 치료 방법은.

“복막암은 증상이 난소암과 유사해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복막암의 발생과 진행은 아주 급격하기 때문에 하복부나 골반의 불편감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고 점점 악화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소화기계통의 증상이 많아 대부분 내과를 찾는데, 여성은 산부인과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 CA125 종양표지자 검사, 초음파검사, CT, MRI 검사를 한다. 타 장기의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유방검사도 병행한다. 일차성이든 이차성이든 진단 당시에 복막에 암이 발견됐다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개복수술이 필요하며, 암 제거 수술 이후에 항암치료를 한다. 암이 많이 진행돼 항암 치료를 먼저 하고 이후에 수술하는 경우가 난소암보다 흔하다. 최근에는 복강 내 온열항암요법인 ‘하이펙(HIPEC) 치료’를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김기형 교수가 복막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김기형 교수가 복막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하이펙 치료와 기존 항암 치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하이펙 치료는 암 부위를 수술로 제거한 후, 40~42도 정도로 가온된 항암제를 복강 내에 직접 투여해 90분 정도 순환시키는 치료법이다. 과거에 시행하던 복강내 항암요법의 단점과 현재의 정맥 항암요법의 약점을 보완한 치료법이다. ‘복강내 항암요법’은 효과는 우수하지만 카테터 설치에 따른 합병증으로 지속 시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정맥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투여량의 5% 정도만 복막에 도달하지만, 하이펙은 고용량의 항암제를 암 조직에 직접 노출할 수 있고 정맥으로 흡수되는 양이 적어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다. 또한 복막암은 수술 후 항암제를 이른 시간 안에 투여해야 하는데, 하이펙 치료는 종양 제거 후 수술실에서 바로 항암제를 투여해 항암 시작까지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정맥 투여는 수술 후 회복까지 3주 정도 소요돼 간격이 길다. 현재 많은 연구에서, 복막암과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서 우선 선행화학요법을 시행한 후에 종양 제거술과 하이펙 치료를 병행할 때 재발을 늦추고 생존율에 뚜렷한 향상이 있음을 발표하고 있다. 2018년 3상 임상시험에서 하이펙 치료로 생존율은 약 1년 정도 향상됐고, 2022년 국내 연구에서도 13개월 이상의 생존율 향상이 보고됐다.”


-복막암 예방법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난소암,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이 높아지지만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암은 염증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비만과 당뇨병 관리를 철저히 하고 복강 내 염증을 유발하는 자궁내막증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가족 중 유방암 및 난소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BRCA 유전자 검사를 권유하며, 만약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미리 난소난관절제술을 받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최근 부산대병원은 복막암센터를 개소해 복막암,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진료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치명적인 병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는 희망을 갖기를 당부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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