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몰타서 회동… 압박 카드만 재확인
대만 문제 격론, 중 회동 직후 러시아로
미, APEC 회의 ‘시진핑 모시기’ 주력
미중 양국의 외교안보 전략가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외교부장(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지난 16∼17일 12시간 동안 몰타에서 얼굴을 맞댔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국 모두 회담 후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지만, 서로의 압박 카드만 내민 자리였다는 분석이다. 회담 전 미국은 대만 챙기기를 강화했고, 회담 후 왕이 부장은 러시아로 향한 점은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두 사람의 몰타 회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양국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둘의 만남을 통해 ‘상황 관리’ 메시지가 발신됐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설리번과 왕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리인 격’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경제 디리스킹(위험 제거)과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애플 판매 제한 압박 등 경제 분야 이외에도 대만·남중국해·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각종 이슈에서 접점 찾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무엇보다 이날 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격론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부장이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선”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인 만큼 미국이 관여하지 말라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해협 관련 현상 유지와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는 미국이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유사시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담 분위기는 왕이 부장이 공세적이었다면, 설리번 보좌관은 방어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으로선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는 데 역점을 뒀던 탓에 가능하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에 시큰둥하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