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없는 단식” “영장 청구 비열”… 여야 협치 포기 '정치 실종’
“이송 시간에 영장 청구하다니”
민주 “검찰, 나쁜 정치 한다” 비난
산자위 등 상임위 줄줄이 보이콧
국힘 “단식이 국정 운영에 지장”
한동훈 “잘못된 선례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병원 이송과 검찰의 영장 청구가 18일 동시에 이뤄지면서 여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병원 이송을 영장 청구로 덮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반성해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여야가 ‘협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가 파행되는 등 ‘정치 실종’ 상태에 빠져들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병원 이송과 검찰의 영장 청구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 데 대해 “비열하다”고 비난했다. 검찰이 영장 청구 시점을 조절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치검찰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느냐”며 “이 대표의 병원 이송 소식을 영장 청구 소식으로 덮으려는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박광온 원내대표도 검찰이 ‘나쁜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내각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에 나서면서 “검찰은 이 대표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그 시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이것은 소송의 절차가 아니라 나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 격앙된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일정 일부에 대해서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상임위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그냥 보류하기로 논의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는 20분 만에 산회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은 줄줄이 연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법안 상정 후 대체 토론이 생략돼 30여 분 만에 산회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에서 소병철 간사만 참석했으나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강경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 대표가 병상에서도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단식 정국’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동안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박주민 의원 등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부결 당론 채택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명계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도주의 우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기본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는 내용 가지고 야당 대표를 옥죄는 것을 온 세상이 안다”면서 “국회의원들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강경 투쟁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이제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화 재개의 신호는 없었다. 오히려 이 대표의 단식이 “국정 운영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더 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여의도에서 있었던 단식은 뚜렷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며 “이 대표의 단식에서는 그런 대의를 찾아볼 수 없고 사사로운 개인의 사법리스크만 더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정상적인 정기국회 운영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며 “그만 단식을 멈추시고 건강을 챙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의 단식을 비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손에 잡히는 물건 아무거나 잡아서 집어던지듯, 단식을 시작할 땐 없었던 총리 해임, 내각 총사퇴니 탄핵이니 하는 맥락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