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통제…“사고 막자”엔 공감하지만 “일단 막자”엔 볼멘소리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 올 때마다 통제되는 지하차도
호우경보 땐 지자체서 우선 통제
초량지하차도 참사가 ‘반면교사’
비 덜 와도 기상특보 맞춰 막아
무조건 차단에 시민 불편 목소리
배수펌프 증설·저류조 확보 등
침수 방지 공사부터 서둘러야
부산에서 집중호우가 계속되자 지하차도 통제를 두고 시민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적인 통제를 통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편을 야기하는 무조건적 통제가 정답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는 18일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주말 부산에서 지하차도 4곳이 통제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낮 12시께에는 기장군 무곡지하차도가 통제됐다. 이어 17일 오전 6시 15분께에는 동구 초량제1·2 지하차도와 진시장지하차도가 통제됐다. 이후 호우경보가 해제돼 통행은 재개됐다.
시는 지하차도의 통제 권한을 각 구·군에 위임했다. 구·군에서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지하차도 내 침수 수위 15cm 이상 △호우경보 이상의 기상특보 발효 △지자체 판단에 따라 침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지하차도를 통제할 수 있다.
초량지하차도 참사를 겪었던 동구는 호우경보가 내려지면 통행을 우선적으로 막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통행 차단에 나선다. 동구청 안전예방과 관계자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에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매뉴얼에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막자’는 식의 최근 도로 통제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진다. 기상특보에 따라 통제가 이뤄지다 보니 실제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지하차도가 침수되지 않았더라도 진입을 막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특히 출퇴근 시간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을 때 지하차도가 통제되면 통행에 상당한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평소 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서 모(50) 씨는 “지하차도가 통제되는 바람에 회사에 지각했다”며 “비가 조금만 거세지면 지하차도가 차단되니 비가 올 때마다 지각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김지성(46) 씨도 “마땅한 우회로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지하차도 통행을 막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을 보지 않고 호우특보에 따라 무조건 차단하는 현재 방식이 공무원에게는 편할지 몰라도 시민들은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선 배수펌프와 저류조를 설치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시는 지하차도 침수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 시설 마련에 나섰으나 일부 대책은 완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침수의 근본 대책인 저류조 확장이나 빗물 관련 설비의 용량 확대는 곳곳에서 추진되지만, 수년 뒤에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류조는 흘러내리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두어 유역의 부담을 줄이는 설비를 말한다.
참사 2년 5개월여 만인 지난 3월 초량지하차도 일대 5만 4344㎡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가’ 등급으로 지정됐다. 동구청은 이를 바탕으로 부산과학체험관 지하에 가로 20m, 세로 50m 저류조를 설치할 계획이다. 2024년 실시설계용역이 끝난 뒤 착공하면 2028년께야 저류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권순철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차단보다는 배수펌프 증설과 저류조 마련을 통해 지하차도의 물이 잘 빠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후에, 그런데도 지하차도의 수위가 높다면 그때 차단해야 한다”며 “이른 시일에 침수 방지 공사를 마무리해야 안전도 지키고 시민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