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맛은 달콤 뒤끝은 씁쓸 ‘탕후루 고슴도치’의 역습
최근 인기 속 쓰레기로 골머리
버려진 꼬치·종이컵 미관 해쳐
시럽 떨어져 벌레 들끓고 끈적
부산 서면 등 번화가 가게 밀집
공공쓰레기통 운영 필요 의견도
최근 탕후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탕후루 꼬치 처리 문제를 놓고 지자체와 지역 상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도심지 내 공공쓰레기통을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아 탕후루 쓰레기가 곳곳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근처 약 300m 내 탕후루 판매점 4곳이 몰려있다. 주말마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넘치는 지역인데 남은 꼬치와 종이컵 쓰레기가 거리에 버려져 있다. 탕후루의 끈적한 설탕 시럽까지 땅에 떨어져 바닥이 끈적해지고 벌레가 꼬이면서 환경미화원들의 업무는 배가 됐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불쾌감을 내비쳤다. 한 시민은 “서면 거리를 지나다 보면 탕후루 시럽이 땅에 떨어져 신발이 끈적한 느낌이 들어 불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경우도 탕후루 점포가 총 80곳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거리 곳곳에는 탕후루를 꿰는 꼬치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가 하면, 이미 가득 찬 봉투 위로 여러 개의 꼬치를 밀어 넣은 탓에 봉투가 뚫리거나 터지는 경우도 있다. 워낙 꼬치를 많이 꽂아 시내 곳곳에 고슴도치(쓰레기에 꼬치를 꽂은 모습을 빗댄 표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탕후루 점포에서 꼬치 수거를 위해 스티로폼을 두고 있지만 인근 거리 전체를 감당하기엔 무리다.
거리에 쓰레기통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공공쓰레기통을 운영하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고 있다. 실제 경남 진주시의 경우 1995년 도농 통합 이후 공공쓰레기통을 완전히 치워버렸다. 2010년대 들어 커피와 주스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컵 투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14년 공공쓰레기통 재도입 논의가 한 차례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창원과 김해 등 공공쓰레기통이 없는 인근 중소도시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상인은 “가정용 쓰레기까지 버리는 문제 탓에 공공쓰레기통 운영이 힘든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쓰레기는 미관을 너무 해치는 데다 특히 여름철에는 벌레도 많이 꼬인다. 유행에 맞는 공공쓰레기통 같은 걸 운영해서 도시 미관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탕후루 반입을 금지하는 ‘노(NO) 탕후루 존’이 생기기도 했다. 가게 내부에 탕후루를 들고 출입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다.
탕후루 가게 업주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쓰레기는 매장에 버려달라’는 캠페인 안내문을 매장 입구에 붙여놓기도 했지만 손님이 이동하면서 무단으로 버리는 쓰레기까지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태료를 올리는 등 단속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추종 대표는 “탕후루는 길거리 인기 간식으로 시럽으로 인한 바닥 끈적거림, 날카로운 꼬치 무단투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동식 CCTV 활용과 자원봉사 등 민간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면 효율적인 관리에 나설 수 있고 이와 더불어 쓰레기 무단 투기 벌금을 높이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