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 극복은 부산에서 시작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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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1964년 첫 전파를 탄 ‘자갈치 아지매’는 부산을 대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억측스럽지만 정이 넘치는 자갈치시장 생선 장수 아지매들은 ‘자갈치’라는 명칭을 전국에 알리고 부산과 수산업을 상징하는 명사가 되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장소가 바로 자갈치 옆 부산공동어시장이다. 1960~70년대 원양어업 발전과 부산공동어시장의 성장은 자갈치 시장을 활성화시켰고, 그곳에 가면 가장 신선한 수산물을 연중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지금도 자갈치가 살아있으면, 우리나라 수산업이 살아있고 부산이 살아있다는 말을 한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전국의 수산업계가 자갈치시장의 소비 동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011년 원전 사고 당시와 2013년 오염수 유출 시의 경험 때문에 비록 과학적 처리를 거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방류가 이루어지면 소비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현재까지 수산물 소비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께서 과학적 사실에 신뢰를 보내고, 합리적 선택을 통해 우리 수산물과 수산업계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 또한 자갈치의 힘이다.

수산물 소비는 수산업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계는 수산물을 ‘블루푸드’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수산물이 ‘식량 안보’라는 국가적 목적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먹어야 하는 필수 식품’이라는 것이 최근 수산물의 영양적 가치, 환경적 가치를 입증하는 논문들에 의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김양하 교수 연구팀은 수산물이 노인성 질환의 주원인인 노쇠 증상과 심혈관 질병을 예방하여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또 수산물에는 DEA, EPA 등이 풍부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우울증 예방 효과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울증 발생률 1위로 이미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수산물 소비가 줄면, 그만큼 관련 질병 발생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소비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수산물은 다른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사료 사용량 등이 월등히 적어 환경 경쟁력이 높다. 전 세계가 수산물을 블루푸드로 부르며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루푸드 시대. 자갈치의 도시, 부산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수산물 공급 거점을 넘어서서 고부가가치 블루푸드 산업의 메카로 발전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의 억척스럽고 강인한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자갈치 아지매’가 닦은 토대 위에 원전 오염수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시점이 되어야 한다. 부산은 이미 세계 어느 곳이든 화물을 보낼 수 있는 세계적인 무역항이면서 세계 수산물이 중국, 일본, 동남아로 가는 통로로 성장했다. 세계를 향해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다. 여기에 IT 강국의 면모를 더해 최첨단 안전 관리와 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신선한 수산식품 유통 통로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에 따르면 카드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의 연안 지역 상권 매출액은 2022년 기준 5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안 지역 음식업종 소비 비중은 약 2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부산 지역 해양관광 시장 규모는 2022년에 5조 700억 원으로,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며 전년 대비 22.9%나 증가했다. 건강과 환경 가치가 더해진 블루푸드와 부산이 자랑하는 해양관광 서비스업을 결합하여 새로운 성장 모델이 마련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부산을 전 세계 블루푸드 메카로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부산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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