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교사마저도… 입시학원에 거액 받고 문제 넘겼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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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4명 중 4명 고소
유명학원 21곳도 수사 의뢰
“수능 문제 유출 낮다” 선 그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교사 24명이 유명 학원 등에 문제를 판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중 4명을 고소하고, 22명(2명 중복)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은 본수능 문제 유출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수능의 신뢰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8월 1~14일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영리행위를 한 현직 교사의 자진신고를 접수한 결과 322명이 신고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들의 명단을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자 명단과 비교해 겹치는 24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적게는 모의평가 출제에 1번, 많게는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5, 6회가량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의회는 문제 판매와 출제 관여 시점 등을 토대로 이들에 대한 처분을 달리했다.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간 판매된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하는데,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출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후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 정부출연연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수능 출제 교사는 출제 기간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고소와 수사의뢰를 함께 진행한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 업체 21곳 또한 같은 혐의로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입시업체도 포함됐다. 일부 사교육 업체들은 이들 교사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모의고사 문항을 사면서 많게는 5억 원에 가까운 고액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사들인 문제에는 초고난도 문제를 뜻하는 '킬러문항'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또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이력이 있는 교사를 철저히 배제할 방침이다. 하반기 내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평 출제 참여를 막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 문제의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1회 출제·검토에 500명가량이 투입되는 점에 비춰, 사교육 업체와 거래한 수능·모평 출제 교사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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