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단체장 재량권, ‘제 식구 감싸기’에만 관대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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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비위 간부 모르쇠 일관
창원시, 수사 결과 전 직위해제
압수수색 받아도 조치 없기도
“행정기관 처분 더 명확해져야”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비위 공무원에 대한 경남도와 창원시의 처분이 오락가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행정기관이 고무줄 잣대로 행정처분마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도 자치행정국장 A 씨 감사를 벌이고 있다. A 국장은 지난달 30일 발생한 공무원 채용 서류 도난 사건과 관련, 내부 소행을 의심하고 인사과 직원 30여 명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해임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과 함께 자택과 차량을 상호 조사하도록 지시해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노조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증폭됐고, A 국장은 뒤늦게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죄송하다. 서류를 찾기 위한 목적 외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경남도의 대응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박완수 도지사는 고위 간부의 잘못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최만림 행정부지사는 되레 A 국장을 감싸는 발언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참다못한 노조는 지난 5일 A 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 국장은 “자택 수색을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며 일부 부인하고 있다.

도 감사위는 직원들의 고발 하루 전에야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위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소극적인 반응이다. 경남도는 수사기관의 결과 전 인사조치 등을 해왔던 기존 다른 예와 달리 이번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대로 창원시는 해당 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 조치의 ‘칼’을 빼들었다.

시는 지난 6월 간부 공무원 B 씨가 대출 관련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곧장 직위 해제했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이웃 주민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행동을 했다며 고발장이 접수된 또 다른 간부 공무원 C 씨를 대기명령 처분했다.

지방공무원법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비위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수사·조사 중인 경우 직위 해제할 수 있다. 징계가 아닌 만큼 사실상 단체장 재량에 맡긴 셈이다.

B·C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시는 끝내 외면했다.

창원시는 이와 달리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 각종 의혹으로 압수수색까지 받은 제2 부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 창원시의원단은 지난달 제2 부시장에 대한 직위 해제를 촉구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다.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단체장의 직위 해제 권한을 놓고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창원대 송광태 행정학과 교수는 “내용의 경중을 봐야겠지만, 단체장이 직위 해제를 남발하면 공무원 사회 복지부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경남대 조재욱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사회에서 납득하지 못 할 일이 벌어졌고, 노조에서 공식 이의제기했다. 행정부가 더 엄중하게 다스려 직위 해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단체장의 재량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 직원의 인사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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