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없는 온라인 허위 구인 ‘법 사각지대’
이력서 보고 접근 후 성매매 알선
별도 구인 공고 해당 안 돼 ‘불처벌’
법조계 “입법 흠결… 보완 필요”
부산에서 최근 벌어진 ‘스터디카페 미끼 성범죄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의 배경이 됐던 온라인상 허위 구인 활동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의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으면 구직자들이 뜻하지 않게 성매매 알선에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보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구속된 3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10월~지난 6월 최소 9개월 동안 온라인 여성 구직자 수십 명을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인한 뒤 변종 성매매 업소의 일자리를 권유했다.
이 기간 A 씨의 허위 구인 수법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허위 구인 활동은 A 씨의 혐의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구직자에게 접근해 다른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처럼 속인 뒤 면접을 빌미로 유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직업안정법은 거짓 구인광고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하지만 직업안정법 시행령은 거짓 구인광고를 신문·잡지, 벽보, 컴퓨터통신 등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광고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A 씨처럼 이력서를 보고 연락해 허위 구인 정보를 제시하며 유인하더라도 별도의 구인 공고를 내지 않으면 현행법상 거짓 구인광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개된 이력서를 통해 연락한 이번 사례를 거짓 구인광고로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수법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도 직업안정법에는 없다”고 현행법의 한계를 설명했다.
공고 없는 허위 구인 활동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관련 기관의 대응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등은 성매매 관련 업소의 구인광고를 게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적 준수사항을 적용받는다. 반면 구인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해 성매매 업소를 알선하는 것에 대해선 ‘구직자의 각별한 주의’를 강조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이런 방식의 허위 구인 활동 발생을 별도로 보고하지 않으며, 고용노동부도 비슷한 방식의 피해 사례 등을 별도로 수집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사실상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미끼로 하는 편법적인 성매매 알선 행위가 방치된 셈이다.
결국 A 씨는 이 같은 법적 한계 덕분에 장기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차별적으로 여성 구인자에게 접근해 업소 취업을 권유하고 성범죄 대상을 물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는 플랫폼을 통해 얻은 개인정보로 구직자의 어려운 상황을 악용한 사례라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권혁 법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전형적인 입법 흠결이고 사각지대”라며 “개인정보가 구인 기업에게 넘어간 뒤 구직자가 받게 되는 유무형의 손해를 보호하고 (관련자를)처벌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