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고속도로, 맨 앞차의 문제가 아니다? [궁물받는다]
다음 주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연휴가 되면 전국 고속도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데요. 막히는 고속도로 한가운데 하염없이 갇혀 있으면 과연 이 긴 줄의 맨 앞 차는 도대체 뭘 하길래 이런 체증이 생길까 궁금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맨 앞의 차는 그다지 큰 잘못이 없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에게 문의해 봤습니다.
-유령 체증이 발생하는 이유?
"'유령 체증(Phantom Jam)'이란 특별한 원인 없이 길이 막히는 현상을 말한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갑자기 차로를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게 되면 그 뒤에 있는 차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게 된다. 이때 반응 지체시간이 발생하는데 뒤따라오는 다른 차량들까지 반응 지체시간이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서 결국 후방에서는 정체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앞에서 발생한 반응 지체시간이 뒤로 갈수록 쌓여 정체를 일으키는 것이 유령 체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08년 일본 나고야 대학의 스기야마 유키 교수가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22대의 차량이 원형 도로를 시속 30km의 속도로 유지한 채 주행을 하게 했는데 이론상으로는 차량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하나, 실제 실험 결과를 보면 앞 차량 때문에 차들이 중간 중간 멈추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차량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가감속을 반복하다 보니 반응 지체가 발생하여 유령 정체가 발생하였음을 입증하는 실험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유령 체증을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가 유의해야 할 운전습관이 있다면?
"유령 체증 예방을 위해서는 첫 번째,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 차량을 위해 비워야 한다.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로이므로 앞지르기에만 이용해야 하는데, 1차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경우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속도로의 규정 속도에 맞춰 차량을 주행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각 구간별 제한속도가 있는데, 제한속도보다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달리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지나친 차로 변경은 교통 정체를 발생시킨다. 차로 변경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할 때만 차로를 변경해야 도로 정체를 줄일 수 있다."
-설날과 추석 중에 언제 차가 더 많고 막히나?
"일반적으로 추석 연휴가 설날 연휴보다 일평균 교통량이 약 9%정도 더 많다. 연휴일자의 분포와 날씨 영향에 따라 정체정도가 다를 수 있다. 교통량이 많은 이유로는 추석은 민족 대명절로 성묘를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설날보다 많다. 또한 이동하기 용이한 도로환경과 여행 수요가 많은 가을철(9~11월)이기 때문에 교통량이 겨울철(12~2월)보다 늘어난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고장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먼저 차량이 이동 가능한 경우에는 가까운 안전지대나, 갓길로 신속히 이동해서 정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서 본선에 정차한 경우에는 2차사고 예방 행동요령의 앞 글자를 딴 '비트박스'(비상등 켜고→트렁크 열고→밖으로 대피 후→스마트폰 신고)를 기억하면 된다. 먼저 비상등을 켜고, 차량의 트렁크를 연 후 주행 차량을 확인하면서 가드레일 밖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고, 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나 112,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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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