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청년’을 조명하고 ‘영화인’을 기억하다… 주윤발도 부산 찾는다
개·폐막작 / 갈라 / 주윤발 특별전
고레에다 감독 신작 ‘괴물’
베를린이 주목한 두 작품 공개
특별전으로 부산 찾는 주윤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청년’으로 시작해 ‘영화’로 끝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은 청년의 고민과 좌절을 조명하며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한국 영화가 선정됐다. 폐막작은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고,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린 작품이다.
개막식에선 ‘영원한 따거(형님)’ 저우룬파(주윤발)가 레드카펫을 밟는다. 지난해 량차오웨이(양조위)에 이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는다. 영화제 기간에 ‘영웅본색’ 등 대표작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폐막작 주인공인 류더화(유덕화)도 영화제 마지막 순간을 빛내기 위해 부산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 개·폐막작 - ‘청년과 영화’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 ‘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고아성·주종혁 배우 등이 출연한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계나(고아성)’는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떠난다. 계나가 양국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계나가 해변에서 춤을 추는 장면 등을 아름답게 연출했다”며 “유려한 소설이 원작이어도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젊은 세대의 현실과 고민을 다룬 시의적절한 영화”라며 “청년이 희망을 찾는 모습까지 담아 진심 어린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영어 제목은 ‘Because I hate Korea’인데 해외에서 도발적이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폐막작은 중국 닝하오 감독 ‘영화의 황제’다. BIFF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2006년 BIFF에서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을 선보인 신인 감독이 거장이 되어 돌아왔다”며 “홍콩과 중국 사이 긴장감뿐만 아니라 작품을 해외 영화제에 보내는 과정 등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했다.
남 프로그래머는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틀자는 의견이 모여 이 영화를 선택했다”며 “유덕화가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신선했다”고 밝혔다.
■ 갈라 - 거장과 신예의 화제작
거장 감독 신작과 세계적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엔 3개 작품이 선정됐다. 우선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괴물’이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인공인 미성년 배우들이 무대인사에 참석한다.
영화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가 선생님에게 폭언을 듣고 구타를 당했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선생님 시점에서 보면 미나토 문제는 그의 폭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답을 얻으려면 다른 아이 말도 들어봐야 한다.
남 프로그래머는 “학생 인권과 교권 보호의 양면을 다루면서 한쪽 주장이 아닌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려 한다”며 “딱딱한 사회적 이슈를 섬세하게 풀어내 감동적이면서 호소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엔딩 장면에는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이 흐른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녹야’도 관객을 만난다. 여성 신예인 중국 감독 한슈아이와 판빙빙·이주영 배우가 부산을 찾는다. 영화는 경제적 빈곤과 성폭력에 노출된 두 여성의 연대기를 매력적으로 그렸다.
박 프로그래머는 “한슈아이 감독은 부산과 함께 성장한 인재”라며 “데뷔작이 2020년 BIFF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받아 상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판빙빙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고, 이주영은 한국어로 말을 툭툭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더 비스트’도 기대작이다. 세 시대에 걸쳐 환생하는 한 여자와 남자 이야기를 그렸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부산을 찾고, 주연인 레아 세이두는 BIFF가 부산 방문을 계속 타진 중이다. 그는 1910년대 부르주아 여성, 2014년에 사는 모델, 2044년 감정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미장센이 화려하고 호평이 이어진 작품이라 갈라 부문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 특별 기획 - ‘주윤발의 영웅본색’
올해 손꼽히는 진객은 홍콩 누아르 전설 주윤발이다. 2009년 이후 한국 공식 방문은 14년 만이다. 부산에서 그는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 4K 복원작과 신작 ‘원 모어 찬스’를 선보이는 특별전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박 프로그래머는 “오랜만에 신작을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렵게 특별전을 추진했다”며 “주윤발 방문 소식에 많은 팬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중”이라 했다. 그는 “배우가 부산에서 관객과 소통에 비중을 더 두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독특한 ‘오픈 토크’를 준비 중인데 수많은 관객이 몰리는 현장에서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