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울려 퍼진 아리랑… 엑스포 유치 기원 소중한 시간” [부산 청년작가, 유럽에 가다]
<5>유럽에서 버스킹 하기
스페인 등서 춤과 연주 선보여
오스트리아에선 한복 입고 공연
마지막 버스킹은 프랑스에서
언어 아닌 예술로 세계와 소통
“이번 탐방으로 부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다양한 나라와 도시에서의 여정은 삶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깨달은 기회였다.” “이번 탐방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다방면의 예술가들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감상하더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소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몇 년치 경험을 미리 겪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해 스페인(바르셀로나)~오스트리아(빈·잘츠부르크)~독일(뮌헨·뉘른베르크·바이마르·프랑크푸르트)~프랑스(파리) 일대를 돌아보는 ‘해외 문화 탐방’에서 부산의 청년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들려준 소감이다. 현지에 머문 기간은 10여 일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눈과 머리, 가슴에 차곡차곡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무궁무진했을 것이다. 예술가로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거의 하루씩밖에 머물지 못했던 독일 일정을 제외하고 나머지 도시에선 ‘게릴라성 버스킹’을 시도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기 위해 떠난 여정이었지만, 우리가 가진 것들도 유럽인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더욱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선 부산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진 버스킹은 아니었지만 주로 공연 전공자 중심으로 6번의 버스킹을 했다.
처음과 두 번째 버스킹은 바르셀로나에서 했다. 장소를 고심하다 카탈루냐 광장과 레알 광장으로 정했다.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와 엄하연 가야금 연주자, 이다영 한국 춤꾼이 나섰다. 가야금을 가져갈 수 없었던 엄하연 연주자는 소금으로 대신했다. 거리의, 맨바닥에서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했지만, 이역만리에서 듣는 ‘아리랑’과 ‘애국가’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전문 버스커가 아닌 데다 이번 해외 탐방 역시 버스킹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앰프 같은 것을 준비했을 리 만무했다. 한국에서 미리 연주 녹음을 해서 MR로는 가져갔지만, 소형 스피커로 그 넓은 공간을 메우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유럽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낯선 사람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주고, 박수를 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에 감동했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청년작가들도 점차 과감해졌다.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펼침막을 드는 사람, 영상을 찍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녹음기를 담당하는 사람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공연에 함께했다.
첫 버스킹이 끝난 뒤 엄하연 연주자는 “가야금이 아닌 소금이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다른 국가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유럽이라는 나라에서 버스킹을 할 날이 과연 나에게 올까?” 싶었다는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동영상을 찍는 모습에 뿌듯했고, 더불어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을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다영 춤꾼은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과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들 속에 어우러진 한국 전통춤 버스킹은 나에게 색다른 영감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오스트리아 버스킹은 빈과 잘츠부르크가 아닌 잘츠카머구트라는 곳에서 이뤄졌다. 잘츠카머구트는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빙하가 녹아 형성된 70여 개의 호수와 알프스산맥이 어우러져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경치가 수려한 만큼 우리 버스킹 팀도 이번엔 평상복이 아닌 한국에서 준비해 간 한복을 차려입고 공연에 임했다. 춤만으로도 한 꼭지를 꾸렸다.
이날 선곡은 ‘아리랑’ 외에도 ‘애국가’ ‘고향의 봄’ 그리고 모차르트와 관련 있는 나라여서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등이 더해졌다. 볼프강제 호수 유람선에서는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 단독으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1악장,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과 ‘My Favorite Things’를 연주했다. 그는 “국악팀에서 준비한 한복을 입고 버스킹을 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풍경이 아름다우니 저절로 연주가 되는 듯했고, 특히 유람선 위에서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감격했다.
마지막 버스킹은 프랑스에서 가졌다. 한 번은 루브르박물관 입구였고, 다른 한 번은 몽마르트르 언덕이었다. 루브르에선 한 번 쫓겨나기도 했다.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난 경비원이 “루브르 안에서는 특정 단체를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펼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연 역시 불허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펼친 짐을 다시 싸서 루브르 바깥으로 나가서 입구에서 버스킹을 했다. 청춘이니까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해 질 무렵 몽마르트르 언덕은 우리들의 버스킹으로 더욱 운치 있게 변했다. 마지막 버스킹이라 그런지 더욱 여운이 남았다. 이다영 춤꾼은 “유럽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국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니 색다르고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부채를 펴고 접을 때,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턴을 돌 때마다 외국인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춤추는 나를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는 “버스킹이란 단어는 클래식이랑 거리가 멀 거로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음악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보니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며 “이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예술 활동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사)부산예술후원회 강의구 회장은 “부산예술후원회의 첫 사업이라서 특히 많은 관심을 쏟았다”며 “이번 해외 탐방이 청년예술인으로서 견문을 넓히는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예술 영감을 얻어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부산예총 오수연 회장은 “이번 해외 탐방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산의 청년작가들이 모여 유럽의 예술문화를 경험하고 돌아왔다는 점이 매우 뜻깊다”며 “유럽에서의 경험이 작품과 무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솔자였던 오보이스트 권성은 부산음악협회 회장 역시 “다양한 문화 체험이 창작 활동에 밑거름이 되고 부산 예술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돼 부산문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이 기사는 (사)부산예술후원회가 지원했습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