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부산어린이대공원 활성화, 관광 명소가 답?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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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처방 외 도로 접근성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부산시가 최근 도심의 대표적인 공원인 어린이대공원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를 발표했다. 공원을 개발해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대공원과 성지곡 수원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최근 도심의 대표적인 공원인 어린이대공원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를 발표했다. 공원을 개발해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대공원과 성지곡 수원지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바야흐로 현대 도시는 공원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 치고, 대표적인 도심 공원이 없는 곳은 없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전국 주요 도시들이 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마다 ‘공원 도시’를 주창하고 있다.

부산시도 이에 따라 기존 도심 공원의 활성화 또는 새로운 공원 조성을 위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 최근 추세를 반영한 움직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도심 공원의 방향이나 성격에 대한 공론화 없이 우선 개발이라는 목표부터 설정한 채 한쪽으로만 치닫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된다.

■어린이대공원 활성화 용역

부산시는 최근 도심의 대표적인 공원인 어린이대공원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를 발표했다. 활성화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여러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현재 알려진 바로는 공원을 개발해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폐업 중인 동물원 ‘더파크’의 부지를 활용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실감형 가상 사파리를 만드는 방안과 함께 공원 내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모노레일 또는 친환경 셔틀버스와 같은 교통수단 도입, 그리고 성지곡 유원지를 한눈에 내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설치 등을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시의 복안은 어린이대공원의 변화를 통해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해 부산을 방문할 때 꼭 들르고 싶은 관광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민의 휴식·편의 관점서 봐야

부산시의 발표 이후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어린이대공원을 시민의 휴식과 편의를 위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자원으로만 여긴다는 지적이 먼저 제기된다. 도심 공원의 일차적인 역할은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자체는 이를 위해 공원의 원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의 시설을 갖춰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린이대공원의 관광 명소화를 위해 레스토랑이나 조명 기구 등 다양한 위락 시설을 설치한다면 결국 공원의 주인은 시민이 아니라 타지 관광객이 되는 셈이다. 이들을 위해 공원 외부의 도심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공원 안으로 들여온다면 공원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환경단체나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인정하듯이 어린이대공원은 편백 등 숲이 울창한 데다 넓은 수원지까지 갖춘 곳으로, 언제나 조용하게 걸으면서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자연 속에 파묻혀 심신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점이 어린이대공원 최대의 장점이자 또 자랑거리다.

시가 지향하는 어린이대공원의 관광 명소화는 벌써 용어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조용한 힐링의 숲’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시민들이나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어린이대공원은 천혜의 자연 그대로 보존될 때 본연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어린이대공원에 대한 개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원 훼손의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외부 접근성 향상은 하세월

어린이대공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은 어쨌든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계속 고민해야 할 부산의 과제다. 특히 공원 내 모노레일이나 친환경 셔틀버스와 같은 방안 외에 이제는 아직도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과제에도 관심을 둘 때가 됐다. 외부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올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다.

도시계획과 관련된 어려움과 재정적인 한계 등이 있음을 알지만, 지금까지 역대 부산시장들은 이 부분에 대해 로드맵이 담긴 어떤 구상도 내놓지 않았다. 한두 사람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도 아니고, 또 수년 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도 없다고 여겨서인지 어린이대공원으로 접근하는 교통 문제 해결은 줄곧 외면해 왔다. 이번 시의 용역 착수 보고회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가 없다. 사실 어린이대공원을 찾는 시민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이 지적하는 가장 큰 불편함도 열악한 외부 접근성이지만, 이는 여전히 논외로 취급될 뿐이다.

■시민공원과 연계 강화

어린이대공원 활성화를 위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시민공원과 연계 강화다. 시민공원이 처음 개장될 당시에도 어린이대공원과 시민공원의 연계 강화는 두 공원 활성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사정을 보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진전된 성과를 찾기는 어렵다. 인접한 두 공원은 지금도 여전히 제각각 굴러가고 있다.

어린이대공원과 시민공원은 거리의 인접성이나 상호 기능의 보완성 측면에서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보이지만, 시의 정책적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뚜렷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민공원 처지에서는 앞으로 어린이대공원과의 연계 강화 여부가 공원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민공원은 조성된 지가 이미 10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도심 공원으로서의 확고한 위상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도심 속 울창한 숲을 기대했지만, 수목 상태를 보면 10년 세월의 연륜은 고사하고 여전히 초라하고 엉성하기만 하다. 울창한 숲속에서 느긋한 여유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지금도 시민공원에 오면 쉽게 그늘막을 찾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지금 시민공원의 넓은 잔디 광장에는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민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해서는 필요한 시설이지만, 역으로 대형 건물이 들어섬으로 인해 그만큼 공원 녹지가 줄어든 측면은 감수해야 했다. 최근에는 이곳에 부산 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얘기까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념관의 필요성 인정과는 별도로 그 건립 부지가 또 시민공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이견이 만만찮았다. 부산에서 시민공원의 위상이 어떤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새삼 보여 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안 그래도 시민공원(47만㎡)은 서울을 대표하는 월드컵공원(346만㎡)이나 올림픽공원(144만㎡), 용산공원(243만㎡)에 비해 그 규모가 턱없이 초라하다. 위치는 모두 도심이지만, 서울의 공원들은 수목 상태나 접근성 등에서 시민공원보다 훨씬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시민공원의 활로는 어린이대공원과의 연계 강화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의 추가적인 검토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도심 평지 공원인 시민공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부산시민들의 숲속 힐링 공간으로서 어린이대공원을 따를 만한 곳은 없다. 그만큼 시민 애착도 크다. 어린이대공원을 활성화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온다면야 이 또한 좋은 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대가로 힐링 공간의 평온함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린이대공원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부산시민이고, 공원 활성화도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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