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대저대교 노선 원안대로 강행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제출
시 “대체 서식지 조성 계획”
환경단체 “대안 안 돼” 비판
부산시가 노선 갈등을 빚은 대저대교 노선을 원안대로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했다. 환경부가 제안한 4개 노선이 아닌 원안대로 강행한다는 것인데,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일 부산시는 ‘식만~사상 간(대저대교) 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정식 제출하고 본격적인 협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환경부가 2021년 제안한 4가지 대안 노선이 아닌 2016년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마련한 원안 노선이 포함됐다. 도로의 기능과 편의성, 시민의 안전, 환경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원안 노선이 가장 우수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대저대교 건설이 철새 서식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환경영향 저감 방안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교량의 형태를 사장교에서 평면교로 변경했고, 교량 구조물의 높이를 48m에서 24m로 낮췄다. 고니류 서식지 보강을 위해 교량이 지나가는 인근 삼락·대저생태공원에 각각 25만㎡, 74만㎡ 규모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체서식지에는 대형습지, 먹이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대형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고니류가 찾는 11월 중순~2월 말에는 사람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근희 물환경정책실장은 “을숙도 대교 건설 당시에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으나, 을숙도 생태계복원사업을 통해 서식지를 관리하고 먹이터를 조성했더니 고니류 개체수가 오히려 더 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시의 환경영향 저감방안이 철새 서식지를 보전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한다. 또 을숙도 대교 건설과 개통 이후 낙동강 하구를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와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부산연구원이 조사한 낙동강하구 생태계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평균 180종 이상, 20만 마리 넘던 조류 수가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143종 16만 5579마리로 줄었다”면서 “을숙도 대교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어쩔 수 없이 먹이터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를 두고 개체수가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는 협약 파기라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대해 “협약서 3항에 ‘협약 당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대저대교는 강서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데 오래도록 지체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해 2029년에는 개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