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주항공청 사천 건립’, 경남 미래다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특별법안 국회 방치되다 최근 재논의
경남도민 사천 유치 한목소리로 염원
우주항공은 미래성장동력 산업 인식
“일부 기관·정치인 집단이기주의 안돼”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 지난 4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5개월여 방치되다, 최근에야 논의가 시작됐다.
당초 정부는 2030년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6월 국회 의결을 거쳐 연내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개청을 목표로 했다.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는 이면에는 여야 이견을 비롯해 우주항공청 입지를 두고 지역간 미묘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우주항공청 설립 얘기가 나오자 주요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카이스트 등이 있는 대전광역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남지역 대선공약으로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사천이 최종 후보지로 사실상 낙점되는 듯했다. 하지만 특별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가 5개월간 공전하는 바람에 올해 우주항공청 설립은커녕, 법안 통과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남지역 산업계·학계·비영리 민간단체 등 38개 단체·협회 등이 연대해 발족한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는 지난 3일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촉구를 위한 범도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말이 범도민 궐기대회지 실제는 ‘관제 데모’나 다름없다. 관제 데모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기관이 개입해, 정부 등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벌이는 시위다. 독재 시절에나 유행했던 관제 데모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민주사회의 여론형성 방법은 아니다.
이날 행사에는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김진부 경남도의회 의장, 최효석 재경 경남도민회장,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등 추진위 공동위원장과 최형두 국민의힘 경남도당위원장, 하영제 국회의원, 박동식 사천시장, 조규일 진주시장 등 도내 기관단체장과 지방의원, 추진위 소속 학계와 산업계·시민단체 등에서 5000여 명이 참가했다.
관제 데모를 해서라도 경남지역 정·관·학계 지도자들이 앞장선 이유는 뭘까? 사천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우주항공청 연내 설립은 윤 대통령과 박 도지사 공약사업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경남지역 경제활성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기계와 조선, 방산 등 제조업 기반의 경남은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사천에는 이미 KAI 본사가 자리하고 있고, 진주와 사천에는 항공우주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또 경남은 KAI를 비롯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분야를 선도하는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위치해 국내 우주분야 생산액의 43%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우주부품시험센터, 세라믹기술원, 재료연구원 등 우주분야 전문 연구기관과 지역대학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등 산·학·연이 조화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박 도지사는 “국가 우주경제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주산업 중심은 반드시 경남이어야 하고,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면서 “일부 공공기관이나 정치인의 집단이기주의적 반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민의 열망이 전달됐는지, 이틀 후인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특별법을 논의하기 위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됐다.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여야는 지난 13일 법안이 제출된 이후 5개월 만에 첫 심의에 착수했다. 또 19일 3차 회의를 열고 민간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종합토론이 예정된 오는 25일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경남도민은 특별법안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또 어떤 복병이 나타날지 결과를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입지다. 법안 심사에 앞서 조 위원장은 “설치 논의는 입지와 관련한 건 아예 없다”며 “입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시도가 계속 있으면 논의가 안 될거라고 분명히 경고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특별법안 통과 후 입지는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마음으로 달려왔던 경남도민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kks66@busan.com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