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불’ 원전 가동중단·해체 지연… ‘총체적 난국’ 불가피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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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특별법’ 국회 소위서 제동

중간저장시설 명시 등 여야 이견
특별법, 21대 국회 처리 무산 땐
이르면 5년 후 원전 ‘줄중단’ 사태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 등 차질
고리 1호기 안전한 해체도 비상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처리가 무산되면 원전 가동과 해체 일정 등에 총체적 난국이 예상된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전경. 부산일보DB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처리가 무산되면 원전 가동과 해체 일정 등에 총체적 난국이 예상된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전경. 부산일보DB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용량, 중간저장시설 확보 시점 명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2024년 5월 29일까지인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돼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후폭풍 등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무산되면 ‘원전 강국’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에서 이미 발등의 불로 닥친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폐물)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국내 원전의 가동·해체 등 일정에 총체적 난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 절차에만 13년이 걸리고 최종 완공까지 37년이 걸리는 국가적 사업이다. 고준위 특별법 폐기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지연될수록 국가적 부담은 물론, 부산 등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사업도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고준위 특별법 제정은 원전 지역 주민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여서 정치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원전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 원전 가동국이면서도 고준위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고준위 방폐장과 관련해 첫발도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한국, 캐나나, 인도, 우크라이나, 일본, 영국 등 세계 10대 원전 운영국(운영 중인 원전 수 기준) 가운데 한국과 인도를 제외한 8개국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했거나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무산될 경우 사용후핵연료 포화 등으로 2030년 한빛원전을 비롯해 5~7년 후 국내 가동 원전이 순차적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리원전의 습식저장조에는 2032년께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될 예정이어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고리원전(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부산 기장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진전 없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과 관련, “고리원전 내부 폐기물(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2분기 기준 88.4%다. 5년 후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원전 부지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 확충 문제와도 맞물렸다. 특별법이 폐기되면 임시 건식저장시설 건설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장군, 경북 경주시, 전남 영광군, 경북 울진군, 울산 등 원전 소재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임시 건식저장시설의 영구 핵폐기장화를 막기 위해서는 중간저장시설 확보 시점을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실제로 울진군과 울진군의회는 “한수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원전 외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지체 없이 반출하도록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로서는 특별법에 중간저장시설 시점을 명시하라는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법에 막혀 정부와 한수원이 추진 중인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 구상이 차질을 빚을 경우 2017년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해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조에서 반출해야 한다. 임시 저장시설이자 건식저장시설인 부지 내 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중간저장시설 운영 전 해체가 불가능하다”며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상 중간저장시설 확보 시점이 ‘부지 선정 착수 후 20년’이므로 건식저장시설(부지 내 저장시설)이 없으면 향후 20년 동안 원전 해체 착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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