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25 참전용사 부인, 남편과 부산에 잠들다
고 찰스 그린 중령 아내 올윈 여사
27세 때 사별 후 양국 협력 기여
오늘 남편 묻힌 유엔기념공원 합장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며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가 남편이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든다.
국가보훈부는 20일 "호주 참전용사 고 찰스 그린 중령의 배우자인 올윈 그린 여사가 21일 오전 10시 유엔기념공원의 남편 묘소에 합장된다"고 밝혔다. 주한호주대사관 주관으로 거행되는 합장식에는 고인의 딸과 손자 등 유족과 캐서린 레이퍼 주한호주대사, 폴 러캐머라 유엔군 사령관,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참모총장,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다.
그린 여사의 남편은 1950년 9월 28일 호주 정규군인 호주 육군 제3대대의 첫 지휘관으로 참전했다. 그가 이끈 호주 육군은 영연방 제27연대에 소속돼 연천·박천 전투와 정주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그해 10월 30일 북한군이 쏜 포탄 파편에 맞아 31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결혼 7년 만인 27세 때 남편을 잃은 그린 씨는 당시 세 살이던 외동딸을 홀로 키워냈다. 남편이 남긴 편지와 기록, 참전용사 인터뷰, 역사적 사료 등을 꼼꼼히 조사해 1993년 고인의 전기인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를 출간해 호주 정부 훈장을 받았다. 그린 여사는 평생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한국과 호주의 협력에 기여하다 2019년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린 씨는 생전에 남편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지다 4년 만에 뜻을 이루게 됐다.
윤종진 보훈부 차관은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다 생을 달리한 여사의 유언이 작고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지게 된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품에서 남편과 함께 영면에 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