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에 입학 취소까지?…인접 아파트 공사에 몸살앓는 거제 외국인학교
중견건설사 시공 옥포동 아파트 공사에 고통 호소
“가림막도 없어 분진·소음 유발, 학습권 침해” 주장
건설사 “비산먼지·소음 기준치 이하로 관리” 반박
“아이들이랑 대화를 못 할 정도로 시끄럽고, 종일 날리는 먼지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어요. 오죽하면 못 참고 전학까지 가겠습니까.”
경남 거제지역 유일의 국제 인증 교육시설이 인접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막무가내식 공사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논란이 불거진 단지는 중견 건설사인 A 건설이 옥포동 238-2번지 일원에 조성 중인 아파트다. 지하 2층, 지상 20층 4개 동 292세대 규모로 2021년 10월 착공해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입주 예정일은 내년 1월이다.
문제는 공사 현장이 애서튼국제외국인학교와 폭 7m 남짓인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2017년 2월 시행된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 이전인 2014년 사업 승인을 받은 탓에 허가 과정에 인근 학교시설 학습권 보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공사장에서 배출하는 분진과 소음으로 학생과 교직원들이 호흡기 질환,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본 공사에 앞서 터파기를 위해 3개월가량 암반 파쇄 공사를 했는데, 당시 진동 여파로 학교 시설 곳곳에 생긴 균열 피해 복구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통학 시간만이라도 터파기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시공사는 아랑곳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등교해야 했고, 학교가기 무섭다며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학부모가 학생을 전학시키거나 입학을 취소하는 바람에 학교 재정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실제 최근 1년 사이 재학생 35명이 학교를 떠났고, 10여 명은 입학 취소를 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김경석 총교장은 “환경위원회 제소나 소송같은 법적 분쟁도 고려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차마 그럴순 없었다”며 “시나 기업에서 당연히 합당한 조처가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지금까지 실질적인 대응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대로 된 가림막도 없이 시야를 가리고 숨 쉬기 힘들 정도의 심한 분진이 매일같이 학교를 덮쳤는 데도 관리감독 기관인 거제시는 뒷짐만 졌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A 건설을 향해 조속한 피해복구 시행과 함께 학생 전학·입학 취소 등 경제적 피해, 건강권 침해에 대한 성의 있는 보상을 요구했다. 거제시에는 공사 중지 명령과 피해복구, 보상 완료 시까지 준공 승인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A 건설 측은 비산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고, 현장 소음측정기를 이용해 소음도 기준치 이하로 관리 중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공사 현장과 학교 경계 부분은 장소가 협소해 전체 가림막 설치를 할 경우 천공 작업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최소화해 작업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 요구사항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면서도 “피해 관계는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하게 된다. 학교 측 주장과 아파트 공사와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판단하기가 어렵다. 학교 건물도 암반 위에 기초를 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침하하거나 벽 갈라짐이 생길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거제시는 뒤늦게 중재에 나섰다. 시는 시공사에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교육청 등 유관 기관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