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강해질수록 적은 더 많아진다”
벌거벗은 한미동맹/김성해
한반도 국제질서 다른 관점 제시
미국 일극체제 뛰어든 한국 정부
잃어버리는 기회비용도 따져봐야
반복되는 한반도 위기 “중립화 필요”
<벌거벗은 한미동맹>은 한반도 국제질서를 다른 관점에서 환기하는 책이다. 문제 제기의 근거는 “한반도 역사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잘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 군사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이기 때문에 ‘한미동맹 강화’를 ‘다른 관점’을 살필 수 있는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질서는 ‘일극체제’와 ‘다극체제’로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일극체제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빛과 어둠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온 것이 미국 덕이고, 앞으로도 그 덕을 계속 볼 수 있다면 그 선택은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최대 무역흑자국 중국이 큰 폭의 무역적자국으로 바뀌고 있다. 핵으로 살 궁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북한 때문에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만도 1조 5000억 원이라고 한다. ‘동맹이 강해질수록 적은 더 많아지고 강해진다’는 국제사회 철칙이 현실화하는 엄혹한 현실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다른 접근을 하나의 중요한 시사점으로 비춰준다. 이 전쟁에서 눈에 띄는 수혜자는 뜻밖에도 미국이라는 것이다. 군수산업, 천연가스, 달러화 가치, 3개 전선에서 미국의 우월한 구도가 전쟁 파급 효과로 아주 새롭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인위적 수요를 만들면서, 기존 판도를 흔들고 새 구도를 짜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이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단되면서 30% 이상 더 비싼 미국 노르웨이 중동산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유로화에 점차 눌리던 달러화 가치가 반격 상승하고 있다는 것 따위가 그 예다.
마키아벨리적인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무섭게 추구하는 이런 냉혹한 국제질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그러니까 미국은 한국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준 것이 아니라, 정도껏 내주면서 더 큰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 학살은 내남없이 저질렀다. 피카소가 ‘한국에서의 학살’을 통해 고발한 것은 3만 5000여 명을 살해한 황해도 신천의 대학살이다. 미국 제일 목표가 한국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은 역사적 상식이다. 미국은 1961년과 1979년, 2차례 쿠데타를 용인했고, 심지어 그 주동자를 미국에 초대해 면죄부까지 주었다. 계산이 다 따로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에서 세계 3위 큰손이며,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는 2025년 1조 50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그런 것이 계산서에 다 적혀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에 한미동맹을 매우 유용한 도구로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3만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세계 6위 국방력’의 60만 한국군을 지휘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봉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이용하는데, 그것과 고도하게 맞물려 북한을 자극하며 도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동맹이 있어 북한이라는 적을 막아낸다는 것과, 동맹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 공포가 계속된다는 것은 똑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반도에 봄기운이 조성되면 훼방꾼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번번이 미국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짙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한반도 평화 기운이 흘렀으나 결국 미국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직접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미국이 눈을 찔끔하면 무엇보다 내부의 ‘호위무사’들이 미국 중심의 분단질서에 도전하는 집단을 악마로 몰아붙이면서 판을 깬다는 식이다. 분단 7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한반도 위기가 반복되는 건 이런 악순환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한반도 중립화라고 한다. 그게 굳이 미국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 저자는 “한반도 중립화의 목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적 관계를 넘어서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속에서 미국은 또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할 것이고,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립화 속에서 남북은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나. 남북 상호체제의 완전한 인정을 전제로 한 ‘코리아 국가연합’을 만들자는 안이 이미 나와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한반도에서 수백만 명이 죽었다. 북한도, 남한도, 미국도 죽였고, 죽었다. 지금 한미동맹과 분단체제는 그 연장선 위에 아슬아슬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정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의 전쟁 중인데 중립화로 그것을 넘어서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김성해 지음/개마고원/380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